"죽은 동생 가방인데"…이태원 유실물센터서 유품 붙들고 '통곡'
뉴스1
2022.11.02 15:45
수정 : 2022.11.02 16:09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있는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서 2일 30대 남성이 의자에 앉아 가방을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는 유족들이 이제는 유품이 된 물건을 찾으러 힘든 발걸음을 했다. 자신의 물건을 찾기 위해 온 생존자들도 그날의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구두 한 짝씩을 가슴에 끌어안고 오열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 아들이 전화했으면 경찰이 출동 안 했겠느냐"며 울부짖었다. 아버지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딸에게 의지하며 걸음을 옮겼다.
전날 운영을 시작한 유실물센터에는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물건이 놓여있다. 어딘가에 짓눌린 듯 파손된 안경, 검붉은 피가 군데군데 묻은 티셔츠, '즐거운 핼러윈'이라 써있는 모자, 한 짝만 남은 운동화 등이 있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최세훈씨(39)씨는 "운 좋게 살았지만 돌아가신 분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실물센터에서 찾은 최씨의 가방은 땅에서 구른 듯 모래가 잔뜩 묻어있었다.
가방과 신발을 찾아 돌아가던 김모씨(28)는 "어머니께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화하다 핸드폰을 놓쳤다"며 함께 잃어버린 신발과 가방을 손에 들고 돌아갔다.
이날 낮 12시 현재 유실물센터에는 유실물 920점이 남아있었다. 경찰이 접수한 유실물 1006점의 90%가량이 아직 주인이나 유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유실물센터는 6일까지 연다. 유실물을 찾으려는 유족과 부상자 또는 가족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