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노량진·을지로 파스타집 주인 모두가 만족하는 식자재 공급망"
파이낸셜뉴스
2022.11.13 13:52
수정 : 2022.11.13 13:52기사원문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 "B2B에서 가격보다 중요한 상품의 질과 미수금 문제 풀었다"
13일 경기도 성남 마켓보로 판교사옥에서 만난 임사성 대표는 "똑같은 파스타 가게라도 데이트 코스인 압구정, 고시촌인 노량진, 오피스상권의 을지로에서 원하는 양파의 품질과 가격은 다 다르다"며 "식당 사장의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한 '마켓봄'엔 2조원이 넘는 거래에 기반한 데이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타공인 '연쇄창업자'임 대표가 6번째로 창업한 스타트업 마켓보로는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부터 식자재 도·소매업자, 식품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고객이다.
임 대표가 식자재를 유통하고 소비하는 이들을 고객으로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이곳은 아직 전화, 수기 장부, 간이 영수증 등 '아날로그'한 방식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불신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기로 이뤄지는 외상 거래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은 일관된 품질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유통업자에겐 미수금이 발생한다. 이 주먹구구식 시장의 디지털화가 목표인 마켓보로는 이미 시장점유율이 10%를 넘겼다. CJ프레시웨이는 성장가능성을 내다보고 403억원을 투자했다.
마켓봄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웹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식당 주인이 쉽게 쓸 수 있는 편의성도 눈에 띈다.
임 대표는 "전화로 주문하는 것보다 정확한 건 물론이고 빠르고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용자환경(UX)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편의성을 가장 신경썼다"고 말했다.
식당들은 마켓봄을 이용할 때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 이 폐쇄형 플랫폼 이용료는 8만8000원으로 식자재 유통업체들만 낸다. 유통업체에게도 이 비용은 미수금 발생 우려를 크게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업계는 국내 식자재 시장 규모를 연간 6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존 급식전문 기업으로 인식되어온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이유다. 대기업도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20%도 못 미친다. 마켓보로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안정적이고 편안한 식자재 공급이라는 '신뢰'를 무기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켓보로는 식자재에 코드를 달아 매핑(Mapping)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IT기업 출신 검색전문가들과 함께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유통되는 식자재 5만여개 중 내년 상반기까지 4만개(80%)에 대한 매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농심과 오뚜기의 사리면이 어떤 지역, 어떤 업종에서 더 잘 팔리는지 분석하겠다는 것.
마켓보로는 2020년 개방형 식자재마켓 '식봄'도 출시했다. 마켓봄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유통업체에게 식봄 입점을 권하고, 식당 위치를 중심으로 공급업체를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했다. 소규모 식자재 유통에서 거리는 가격보다 중요하다.
임 대표는 "식자재 시장에 여러 스타트업이 진출하고 있다"며 "마켓봄은 일종의 인프라를 바꾸는 일이고 여기서 모은 데이터로 식봄을 운영해 식자재 유통 시장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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