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가해학생, 살인죄 아닌 치사죄만 인정..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2023.01.20 06:41
수정 : 2023.01.20 10:13기사원문
인천지법 형사12부(임은하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인하대생 A(21)씨의 죄명을 준강간치사로 변경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에서 A씨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직접 살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찰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때 적용하는 준강간치사 혐의를 A씨에게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할 가능성을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을 때 인정된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B씨를 떨어뜨린 사실은 인정되지만 밀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보고 직권으로 공소사실을 수정한 뒤 준강간치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술에 취해있던 피고인이 자신 행위의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피해자 사망으로 피고인이 얻게 될 이익도 없으며 중한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피해자 추락 장소에 자신의 휴대전화·신분증과 피해자의 휴대전화·지갑 등을 놓고 간 점 등을 언급하면서 계획적으로 범행을 은폐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판단하고 권고 형량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 기준은 강간치사죄의 형량을 기본 징역 11∼14년으로 규정한다. 감경 시에는 징역 9∼12년, 가중 시에는 징역 13년 이상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피해자와 술을 마시다가 만취하자 한밤중 대학교 건물 계단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가 8m 아래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며 특히 A씨가 추락 후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하고도 119나 112에 신고하지 않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점이나 피해자를 위해 1억원을 공탁한 점 등도 양형 사유로 참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갓 성인이 된 대학교 신입생으로 자신의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아무런 잘못도 없이 고귀한 생을 마감하게 됐다"며 "피해자 유족도 수면장애, 섭식장애, 대인관계 회피, 학업 포기 등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으며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범행 당시 인하대 학생 신분 이었으나 범행 후 퇴학 처분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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