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손, 흔들리는 시장
파이낸셜뉴스
2023.02.28 18:06
수정 : 2023.02.28 18:06기사원문
프리드먼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저해하는 정책·규제 등을 극도로 경계했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성장을 막는다는 게 이유다. 기업과 시민들은 이에 기반한 국정운영을 기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일 독과점이라며 사실상 새 판 짜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통신분야 또한 비슷한 상황에 몰렸다. 재정확대, 부동산 규제 강화 등 정부 주도 정책을 선호했던 문재인 정부 당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도 대통령의 행보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관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한규 의원(민주당)은 "자유시장경제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관치금융으로 유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 역할 강화 조짐에 시장은 예민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2월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통신분야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 후 긴장도는 높아졌다. 당장의 정책 전환은 아니고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통한 속도조절론을 내세운 당국의 입장 표명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규제 강화, 인위적 개입 확대로 기업경영이 위축될 것으로 인식해서다. 주식시장의 은행, 통신주는 요동쳤다. 외국인투자자금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외환위기 트라우마까지 나온다. 경쟁촉진을 위해 은행 진입문턱을 낮췄다가 신생 은행이 부실화되면 어쩔 것인가 하는 우려다. 외환위기 때 은행 부실로 총 33개 은행 중 9개 은행이 금융구조조정됐다. 돈잔치를 비판하면서도 공적 역할을 하는 은행이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자리잡고 있어서일 것이다.
은행들의 과도한 성과급 잔치는 막아야 한다. 국민의 비판도 타당하다. 고물가·고금리로 국민은 어려운데 이자장사로 번 '떼돈'을 공적 영역에 거의 안 쓴다면 화낼 만하다. 지배구조가 '황제경영'으로 불릴 정도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시장개입은 필요하다. 다만 거친 말로만 성공한 개혁은 없었다. 정부가 드러내 놓고 손을 휘저으면 시장질서는 비틀리고 왜곡된다. 자율성에 기반을 둔 구체적 액션플랜을 동반해야 한다. 아니면 개혁이 아닌 관치로 매도돼 시장불안을 가중시키는 보이는 손으로 전락할 것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지면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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