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반도체 공장 공사비 10조원 더 든다

파이낸셜뉴스       2023.03.16 18:32   수정 : 2023.03.16 18:32기사원문
인플레로 건자재 비용 급등탓
美정부 보조금의 3배 육박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팹) 건설 비용이 자잿값 인상으로 10조원 넘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제공하는 보조금의 3배에 육박한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독소조항으로 보조금 신청을 고민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시름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신규 반도체 팹 건설 비용이 당초보다 80억달러(한화 약 10조5500억원)나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당초 170억달러(약 22조4000억원)을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 건설을 추진했지만, 공사비가 오르며 총 250억달러(약 32조975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이유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테일러시에 약 500만㎡ 규모의 파운드리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당초 예상한 170억달러의 절반 가량을 공사비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불어난 공사비가 미국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반도체 보조금을 넘어선다는 데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초 반도체지원법을 발표하며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총 설비투자액의 최고 15%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 계획한 투자금액인 170억달러를 기준으로 보조금은 최대 25억5000만달러(약3조360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2021년 11월과 비교해 환율이 오른 상황까지 감안하면, 늘어나는 공사비는 한화로 13조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다른 업체들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6조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최대 1000억달러(약 131조5000억원) 규모로 증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의 TSMC도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할 공장 투자 계획 규모를 지난해보다 3배 늘린 400억달러(약 52조6000억원)로 발표했다.

공장 자체 규모를 키우는 것도 있지만 공사비 증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디지타임즈는 "TSMC가 애리조나 새 공장에서 3·4·5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반도체를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대량생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막대한 건설비용의 일부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초과이익 공유, 중국 생산증대 불가 등 독소조항으로 보조금 신청을 고민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미국과 반도체지원법 논의를 하고 있지만, 미국·네덜란드·일본 등의 대 중국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보조금을 받아도 늘어난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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