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가스관 건설' 놓고 러-중 동상이몽?…중, 계약 체결 지연 이유는

뉴스1       2023.03.24 12:07   수정 : 2023.03.24 12:07기사원문

러시아 아무르주 소도시 스보보드니 동부 마을 외곽의 아타만스카야에 위치한 '시베리아의 힘-1' 가스관 모습 2019.11.2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개전 이래 중국이 유럽을 대신해 러시아산 에너지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으로 향하는 신생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2'를 건설해 대중국 에너지 수출에 쐐기를 박고자 하지만 중국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모양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국빈 초청해 이틀간 이어진 마라톤 급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21일 '시베리아의 힘-2' 건설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거의 모든 매개변수가 합의됐다"고 밝혔다. 다만 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가스관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에너지 분야의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이와 관련 "연구와 협의를 진전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23일(현지시간) "우리는 우리 기업들이 연말까지 합의에 도달해 계약에 서명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간 계약 조건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몽골 영토를 경유하는 가스관 경로의 설계인 타당성 조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진 '시베리아의 힘-2'는 연간 500억㎥ 천연가스 공급을 목표로 한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중국에 최소 980억세제곱미터(㎥) 상당의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노박 부총리는 "올해 가스 공급량을 220억㎥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러~중 가스관 건설 계획을 중국에 제안한 바 있지만 개전 이래 유럽과 무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중국으로 수출길이 절실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필사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시 주석의 확답을 받아내고자 하지만 중국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가스관 건설에 대한 중국의 모호한 태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미국과 대립이 고조되는 시기에 미국의 전 세계 지배를 종식하고 다극화된 세계를 추진하려 하는 것"이라며 "다만 거대한 가스관 거래와 같은 추가 상징적인 부양책을 러시아에 주지 않기로 한 시 주석의 결정은 그가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비록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가스관 건설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며 제재로 줄어든 수익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 러시아 경제 전문가 재니스 클루게는 "러시아는 지금 중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필요로 하며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며 "이에 대한 중국 측의 기본적인 신뢰나 충성의 표시일 뿐, 가스관 거래는 장기적인 약속이기 때문에"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가스가 실제 새로운 가스관을 통해 수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클루게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나 푸틴 정권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그(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요컨대 "과거 (양국 관계가) 좀 더 대칭적이었다면 이제는 분명히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는 상태가 존재한다"며 "중국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상징성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중국은 또한 러시아와 거래에 더욱 신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클루게는 러시아가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를 포함한 이웃 국가들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가스 공급 중단을 압박하는 행위를 거론하며 "중국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그들은 단일 공급업체(러시아)가 중국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다각화 전략을 고수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분석업체 BKS 역시 "안타깝게도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매개 변수는 '거의 모든'이 아니다"라며 "2004년 혹은 그 이전부터 (가스관 건설) 합의는 이런저런 형태로 논의돼왔지만 가격 문제는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협상 타결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꼬집했다.


다만 러시아는 가스관 건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가스관 건설 계획이 실패했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 "질 낮은 가짜뉴스"라며 "현실은 완전히 다르고 협력의 확대가 논의됐다"고 일축했다. 콘스탄틴 시모노프 러시아 싱크탱크 국가에너지안보기금(NESF) 이사는 가스관 건설 계약은 이행될 것이며 지금까지 체결이 지연된 데에는 "중국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한" 전략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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