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안이호, 본업 무대 선다…"저에게 수궁가는 블랙코미디"

뉴시스       2023.04.13 16:50   수정 : 2023.04.13 16:50기사원문

국립창극단 절창Ⅲ 무대 오르는 (왼쪽부터) 소리꾼 안이호, 이광복.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저에게 수궁가는 현실적 SF이기도 하고 블랙코미디기도 해요. 수궁가를 떠올리면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노틸러스호가 출발할 때 내는 뿅뿅뿅 소리가 생각나요. 그런 소리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전자음악도 가미했어요."

'범 내려온다'로 유명세를 탄 이날치의 메인보컬 안이호가 오는 5월6~7일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정통 소리꾼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립창극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광복과 '절창Ⅲ' 무대를 꾸민다.

12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안이호는 이번 작품에 합류한 것에 대해 "국립창극단은 가치를 이어오며 나름 '종갓집'의 역할을 해왔다"며 "들판에서 풀만 뜯어먹고 살고 있는데 종가집에서 '된장찌개 끓여놨으니 먹고 가라'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안이호는 이번 무대에서 정광수제 '수궁가'를, 이광복은 강산제 '심청가'를 부른다. 이날치 활동과 창극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들은 이번 무대에서 소리의 본질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각 작품의 주요 대목을 원전 그대로 충실하게 전할 예정이다.

국립창극단 절창Ⅲ (왼쪽부터) 소리꾼 안이호, 연출 이치민, 소리꾼 이광복.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적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펼친다. 북·장구·징 등 여러 타악기를 활용해 볼륨감을 풍성하게 살리고, 동해안별신굿 가락을 판소리에 접목해 기존 소리 장단을 변형한다. 몽환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가미해 판소리의 공감각적 확장도 이끈다.

소리는 원형에 가깝지만, 두 사설을 엮고 캐릭터를 풀어내는 방식은 현대적이다. 아비의 눈을 띄우기 위해 물에 몸을 던진 심청과 병든 용왕을 살리기 위해 뭍으로 가는 별주부가 '효(孝)'와 '충(忠)'이라는 관념에서 탈피해 각자의 자유를 찾아간다.

연출을 맡은 이치민은 "별주부와 심청 모두 타인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게 싫었다"며 "이들이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별주부와 심청이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면서 관객들도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땅이 어딘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면 좋을 지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안이호 역시 "수궁·심청은 '충'과 '효'로 대표되는 내용"이라며 "이제 새로운 가치를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이호는 대중들에게 '이날치'로 유명하지만 전통 판소리에서도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다. 2005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차상, 2015년 KBS국악대상 판소리상, 2009년 KBS국악대경연 판소리 부문 장원을 차지했다. "이날치 덕에 인지도가 많이 쌓이긴 했는데, 전통 판소리 무대를 한 건 아무도 기억 못하시더라고요. 전통판소리를 꾸준히 해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요. 이날치도 사실 판소리의 큰 흐름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이호는 국립창극단 절창 시리즈에 참여하는 유일한 비단원 소리꾼이다. 창극단이 신작 '절창Ⅲ'에서 단원으로 한정됐던 출연자의 경계를 허물기로 결정했고, 이광복이 전통예술고등학교(전 국악예술고등학교) 선배로 20년 가량 알고 지낸 안이호를 추천하며 이번 무대가 성사됐다. 안이호는 "광복씨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소리도 많이 봤지만 함께 무대에 선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무대가 더 특별하다"고 했다.

안이호는 "절창Ⅲ 기획 회의를 하며 절창의 뜻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중 하나가 '날카롭게 베인 상처'였다"며 "이상하게 좋더라. 소리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비슷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리꾼들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면서까지 목소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상처가 아물어가며 단단해지는 과정을 겪어요. 워낙 요즘 아픈 일들이 많았잖아요. 여러분들이 가진 상처·기억·가치가 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보듬고, 털어내고, 다음으로 갈 힘을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국립창극단 절창Ⅲ 무대 오르는 (왼쪽부터) 소리꾼 이광복, 안이호. (사진=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이호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이광복은 국립창극단의 스타 단원이다. 2004년 구미전국국악대제전 종합대상(국무총리상), 2005년 전주대사습놀이 일반부 장광, 2008년 전국국악대전 최우수상(문체부장관상) 등 주요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귀토', '심청가', '배비장전' 등 다수의 창극에 출연했다.


이광복은 "절창Ⅲ에 외부 소리꾼을 섭외한다는 말을 듣고 이호형 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 제작진들도 마침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며 "소리꾼 안이호·이광복을 내세워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기회"라고 했다. "창극이나 이날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소리꾼으로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국립창극단 오지원 책임 프로듀서는 "절창은 전통 판소리를 새롭게 표현하는 젊은 소리꾼들의 무대"라며 "이들의 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아 관객들과 소리꾼들 모두 무대에 대한 갈증이 크고, 절창은 이를 풀어낼 수 있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절창 시리즈는 4월27일 절창Ⅰ(김준수·유태평양), 5월2~3일 절창Ⅱ(민은경·이소연), 5월6~7일(이광복·안이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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