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오비 생맥주
파이낸셜뉴스
2023.04.13 18:20
수정 : 2023.04.13 18:20기사원문
족보를 따져 보면 켈리는 크라운의 작은 손자 격이다. 아버지는 '하이트', 형은 물론 테라다. 2011년까지 하이트는 국내 맥주시장 왕좌를 지켰지만 2012년부터는 카스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우리 땅에 맥주가 소개된 것은 1871년 신미양요 때다.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배에 오른 문정관이 맥주 대접을 받은 일이 최초라고 한다. 이후 1933년 무렵 일본 맥주기업들이 서울에서 '소와기린맥주'와 '조선맥주'를 설립했다. 그러니까 올해는 국내 맥주산업 탄생 90주년이 되는 셈이다. 둘 다 영등포에 공장이 있었다. 광복 후 소와기린은 적산기업으로 미군정에 귀속되었고 상호도 동양맥주로 바뀌었다. 동양맥주를 인수한 사람은 1896년 출범한 한국 최고(最古) 기업 '박승직 상점'(현 두산그룹)의 후계자 연강 박두병이었다. 1952년 5월 민간기업으로 재탄생한 동양맥주(오비맥주)는 한국 맥주의 최강자가 됐다. 조선맥주도 광복 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월창 박경복 가계가 인수했다. 전쟁으로 맥주공장이 파괴돼 당시 맥주는 매우 귀한 술이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불법 맥주를 요정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1953년 8월 공장이 재건돼 서울 명동과 을지로 1가에는 비어홀이 생겼다. 주한미군에도 납품됐고 요즘의 와인처럼 연말연시 선물로도 쓰였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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