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전대 돈봉투 의혹에 송영길 '사면초가'
뉴시스
2023.04.20 08:01
수정 : 2023.04.20 08:01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檢, 강래구 추가 소환…윤-이 조사 이어질듯
與, '강제 귀국 조치'까지 언급하며 맹공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최근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면서 송영길 전 대표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검찰의 수사 방향과 여당의 압박, 뿐만 아니라 야당 지도부를 비롯한 내부에서도 조기 귀국 요구에 자진탈당까지 강경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19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에 대해 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강 협회장을 이번 의혹의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 수사에 속도를 올려왔다. 지난 16일에 이어 전날 또 한 번 소환 조사를 진행했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해 신병 확보 절차에 착수했다.
검찰은 강 협회장이 지인을 통해 총 6000만원을 마련,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모씨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했고 윤 의원이 현역의원 10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총 3400만원을 조성해 지역상황실장과 지역본부장에도 자금이 전달되도록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수사가 임박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이 입수한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에 강 협회장과 이 전 부총장의 통화에서 '영길이형(송 전 대표)이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했다. 더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영길이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했더라'라고 말한 녹음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한 강제 귀국 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송 전 대표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에 더 과감하게 임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돈봉투 사건의 몸통인 송 전 대표에 대한 출당조치와 아울러 해외 도피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프랑스에 있는 송 전 대표가 귀국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며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루는 이유는 범죄 의혹을 은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이 전 부총장 수사가 진행되자 송 전 대표 등 측근들이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 전 부총장이 구속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송 전 대표가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하게 됐고, 그런 이유로 귀국을 미루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보탰다.
당내에서의 압박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들은 송 전 대표를 향해 "떳떳하면 피할 이유도, 미룰 이유도 없다"면서 공개적으로 조기 귀국을 압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가 사과를 표명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송 전 대표가 22일 프랑스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예정하고 있어 발언 내용, 방향에 따른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성명을 내어 "당대표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고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귀국을 미루며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전직 대표로서 또한 책임있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자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또 "본인이 당 대표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탈당권고, 출당조치를 했던 전례에 비추어서도 매우 부적절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도 "송 전 대표는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며 "당이 위기이다. 국민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노력을 보여드려야 한다. 당대표 후보로서 당시 있었던 일들을 책임지고 확인해, 우리 당과 국민들께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우리 당에 아직 구태가 남아 있다면 모두 드러내 일소하고,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 인사모임으로 알려진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장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정례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현재 상황이 굉장히 위중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연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이태원참사특별법 당론 발의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알려졌지만 의원 자유발언 시간에 해당 의혹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갈 가능성도 있다.
이 가운데 송영길 전 대표는 현지에서 진행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기 귀국 가능성을 일축했다.
송 전 대표는 19일 오전 9시30분께(현지시간) 파리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웃는 얼굴로 "토요일에 만나자"라고 말했다. 앞서 밝힌 이달 22일 오후 4시 파리 현지 간담회를 가리킨 것이다.
송 전 대표는 '간담회 일정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원래 그렇게 정해놨다. 처음부터"라고 했다. 조기 귀국 가능성을 묻자 "그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수업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조기 귀국 요청에 대한 즉답을 내놓지 않다보니 오는 22일 간담회에서 송 전 대표가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함께 송 전 대표의 간담회가 민주당 전체를 향한 위기 국면을 전환하는 '한 수'가 될 지 여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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