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왜 외국 승인이 필요할까
파이낸셜뉴스
2023.05.26 06:00
수정 : 2023.05.2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 소식을 신문으로 접한 A씨는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국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두 기업이 합병을 하는데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합병 승인을 위해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던 A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변에도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합병 주체 국적이 한국이라도 특정 국가 영향 시 합병 반대 가능"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위해 지난 2020년 11월 결합 심사 신고를 한 국가는 총 14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은 승인·조건부승인을 했고 현재 미국, EU, 일본 등 세 곳이 남은 상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역외 적용 조항' 때문이다. 역외 적용 조항이란 '외국에서 행해진 행위에 대해서도 그것이 자국 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내법을 적용해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즉, 합병 주체의 설립상의 국적이 한국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국가가 합병에 따른 영향을 받는다면 이 경우 그 나라의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미국도 마찬가지다"며 "현재 국제 체제가 워낙 글로벌화 됐기 때문에, 한 회사의 설립상의 국적이 자국 국적이 아니라고 해도 독과점이 자국 산업과 관련된 곳에서 발생하면 (독과점) 금지 조항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이는 다른 나라 기업 합병으로 자국 시장에 장애가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여러 (합병 관련) 조사 등을 통해 실제로 경쟁에 저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합병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U 반대로 조선 빅2 합병 무산된 사례도
국내에는 이미 외국 경쟁당국의 불허로 합병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12월 EU 경쟁당국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합병에 반대한 것이다. 이유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의 독과점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조선업계에 따르면 2017~2021년까지 건조량 기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EU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으로 두 회사가 합병되면 선박 가격 상승으로 LNG 운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14개국에 결합 심사를 신청한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14개 국가는 터키·대만·베트남·한국·태국·중국·미국·EU·일본 등 필수 신고국 9곳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필리핀·영국 등 임의 신고국 5곳으로 구성돼 있다. 임의 신고국에서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그곳에서 영업 활동을 포기하면 합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수 신고국의 허가가 없으면 합병은 무산된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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