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美 스타트업, 문 닫거나 헐값에 팔리거나

파이낸셜뉴스       2023.06.11 18:18   수정 : 2023.06.11 18:18기사원문
정부 지원 등으로 간신히 연명
나스닥 훈풍에 숨통 트나 했건만 벤처시장 투심 쪼그라들어 난망
대형종목 쏠린 IPO도 그림의 떡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영업중단, 급매, 급격한 사업전략 수정 등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붐을 타던 스타트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속속 아이디어를 접고 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보는 스타트업은 애플, 메타플랫폼스, 아마존, 알파벳 등 지금은 미국과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대형 기술 업체들의 모태다.

이들 대기업 역시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 최고 기업들로 우뚝 섰고, 미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됐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높은 시중 금리,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촉발된 은행위기와 이에 따른 대출기준 강화 등으로 자금 확보가 힘들어지면서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WSJ은 벤처투자자들의 자금 투입이 이제는 드문 일이 됐고, 은행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는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루트가 됐다고 지적했다.

주시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을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달 들어 중소형주로도 상승흐름이 확대됐다고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 상승이 대형종목에 집중되면서 스타트업 IPO는 아직은 꿈도 꾸기 어렵다.

피치북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벤처기업 수익률은 형편없다. 지난해 3·4분기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7%를 기록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부 전문가는 스타트업들이 그나마 2021년 벤처캐피털 붐과 팬데믹 기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덕에 연망하고 있다면서 이런 요인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하강을 맞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줄도산으로 사라졌을 스타트업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벤처 붐과 중소기업 자금 지원으로 연명하던 스타트업들은 자금줄이 말라버리면서 줄도산을 앞두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해산 서비스 업체인 캘랜더그룹의 배리 캘랜더 사장은 "현재 우리가 담당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솔직히 1~2년 전에 사라졌을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중소형주로 확산하면서 스타트업 생존 희망의 싹이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피치북-NVCA벤처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만 해도 미 벤처기업들은 3460억달러(약 447조원)를 조달했다. 당시 자금을 조달한 스타트업 상당수는 지금까지 살아 남았다.

시장이 회복해 이들이 자금을 새로 조달할 수 있을 때까지 생존할 가능성도 있다. 올들어 나스닥지수가 27% 가까이 급등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신규자금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는 기대로만 끝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면서 벤처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1·4분기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자금 규모는 1년 전보다 55% 급감한 370억달러에 그쳤다. 벤처시장 침체가 길어질수록 현실의 벽에 부닥쳐 문 닫는 스타트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벤처신화는 널려 있지만 실제로는 드문 일이다.

뉴햄프셔대 이홍기 교수 등의 공동논문에 따르면 1995~2013년 첫 자금 조달에 나선 약 5000개 기업 가운데 7년 안에 매각이나 IPO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16% 수준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지금 같은 경기하강기에는 도산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스타트업들이 돈이 없으면 결국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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