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체 55.8% "올해 中 봉쇄이전 수준으로 수출 회복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2023.06.26 15:09
수정 : 2023.06.26 15:09기사원문
2023년 6월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 제조업체 343개 설문조사 결과
한국은행이 중국 리오프닝과 공급망 리스크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지난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343개 제조업체(205개 업체 응답)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반도체 업체의 55.8%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중국의 봉쇄조치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디스플레이와 정보기기 등 다른 IT업종 업체들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회복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디스플레이 업체 85.5%, 정보기기 99.3%는 내년 하반기 이후 코로나19 봉쇄조치 이전으로 수출이 회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휴대폰 및 부품의 수출 회복 시기는 내년 상반기를 꼽는 비율이 83.1%로 압도적이었다.
비(非)IT업종의 수출 회복 시기는 석유화학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업체 42.3%가 올해 하반기 이후 수출 회복을 점쳤다. 이차전지와 조선, 자동차 및 부품, 철강은 대다수 업체가 이미 수출이 회복됐다고 답했다. 이차전지 업체 94.8%, 조선업체 91.9% 등 "이미 회복했다"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체들이 향후 석유화학, 기계류, 휴대폰 및 부품, 디스플레이, 정보기기, 반도체 순으로 수출 회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월 중국의 코로나 봉쇄조치 이후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재화수출은 204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8% 감소해 상품수지가 92억7000만달러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봉쇄조치 이후 조사대상 업체 38.5%(업체수 비중), 대중 수출기업의 65.3%(수출금액 비중)가 전년동기대비 수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PC 등 정보기기 업체 99.8%, 디스플레이 96.3%, 휴대폰 및 부품 83.6%, 반도체 69.2% 중 IT업종의 수출 감소가 더 컸다.
IT업종의 수출 회복이 늦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공급망이 분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수출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블록화도 우려된다.
조사대상 업체의 12.7%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56.3%가 수출이 중국의 봉쇄조치 이전으로 회복했거나 금년 내 회복할 것이라고 답했고, 31.0%는 내년 이후 회복을 점쳤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리오프닝이 현재까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며 하반기 이후부터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들은 중국 리오프닝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향후 수출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며 "대다수 업체들(응답업체의 76.0%)이 중국 수출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년간의 '중국 특수'가 사라진 상태"라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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