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KB국민은행 연금사업부장 "디폴트 옵션 계기로 퇴직연금, 든든한 노후 지킴이 돼야"
파이낸셜뉴스
2023.06.29 19:08
수정 : 2023.06.29 19: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디폴트 옵션 도입을 계기로 퇴직연금이 국민들의 든든한 노후 지킴이가 됐으면 합니다."
김 부장은 "국민연금 고갈 문제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현재 퇴직연금은 340조 원이지만 10년 뒤에는 900조 원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노후가 든든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된 것도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디폴트옵션은 DC형 가입자의 90%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운용 지시가 없는 고객의 적립금을 금융회사가 사전에 약속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도록 한다.
고용노동부는 금융회사가 수익률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 매 분기마다 이를 공시한다. 다행히 지난달 3개월 간 운용 후 처음 공시된 수익률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김영하 부장은 "디폴트 옵션 상품 수익률이 처음 공개된 만큼 수익률이 괜찮아야 가입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어서 긴장이 됐다"며 "수익률이 3%대로 나쁘지 않아 디폴트 옵션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현재 1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80% 이상 가입이 돼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김 부장이 1994년 삼성생명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일명 종업원 퇴직적립보험(종퇴보험)이란 이름으로 퇴직보험이 존재했다.
그는 "당시에는 이 보험에 가입하면 정부에서 비용처리를 해줘서 기업들은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금 감면을 위해 종퇴보험에 가입했었다"며 "근로자들의 수급권도 제대로 보장이 안되서 기업들이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IMF사태)를 겪으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자 마침내 2005년 퇴직연금법이 제정됐다.
김영하 부장도 퇴직연금법이 만들어지면서 KB국민은행으로 이직해 퇴직연금 정착을 위해 밤낮으로 뛰었다.
김 부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처럼 기금형으로 운영하려니 비용이 많이 드니까 금융기관을 활용해 계약을 대신 받게 하는 계약형을 도입한 것인데 은행 입장에서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은 퇴직연금이 정착되기까지 1세대 직원들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당시에는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안좋았다. 한국전력 같은 기업에 가도 퇴직연금을 가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퇴직연금은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있을 때 가입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은행에서 수수료를 떼가려고 영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있어서 영업이 정말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 부장은 "디폴트 옵션이 도입됐으니 앞으로는 수익률 관리를 잘 하는 금융회사가 살아남을 것"이라며 "다만 퇴직연금의 경우 장기 투자인 만큼 단기 수익률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디폴트 옵션 수익률이 3개월에 한번씩 공시되긴 하지만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길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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