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립주의와 워싱턴 선언의 미래
파이낸셜뉴스
2023.08.09 17:50
수정 : 2023.08.09 17:50기사원문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엘리트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괴리가 큰 것으로 나왔다. 다수의 엘리트는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국제주의 외교에 찬성하고 있지만, 다수의 일반인은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인들이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2016년과 마찬가지로 2024년 미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정치권은 대체로 고립주의 국가 분위기에 조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우선주의를 비판하고 국제주의 외교의 기치를 내세우며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이 추락한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지도력을 회복하고 동맹관계를 복원하는 등 상당한 외교적 치적을 쌓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의 외교정책 역시 미국 우선주의적 성향을 보여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성향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이라는 다소 생경한 바이든의 대표적 외교정책 구호에 반영되어 있다. 바이든은 동맹국조차 미국우선주의라고 비판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이나 반도체 법안(Chips and Science Act)을 밀어붙였다. 중국을 정조준한 법안들이었지만 국제사회의 눈높이보다는 미국 대중을 염두에 둔 정책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이라든지 동맹강화와 같은 바이든의 대표적 외교정책이 지금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2024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국의 고립주의와 우선주의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고립주의와 미국우선주의의 파고가 거세지면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한 한미동맹이 미국 국내정치의 희생물로 전락할까 우려스럽다. 특히 워싱턴 선언과 핵기획그룹(NCG)의 미래가 걱정이다. 미국 국내정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워싱턴 선언의 후속조치를 제도화하는 작업을 조속히 수행해야 한다. 내년이면 바로 미국은 대선 정국으로 돌입한다. 어쩌면 지금이 워싱턴 선언의 제도화를 위한 골든타임일 수도 있겠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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