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의 열병식과 시가행진 : 긍지·사기·억지·위상의 4차 방정식
파이낸셜뉴스
2023.09.27 06:00
수정 : 2023.09.27 06:00기사원문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는 4차 방정식, 방산 수출에도 긍정적 -고위력 탄도미사일 L-SAM은 거부적·보복적 억제의 대표무기 -한·미 장병 함께 당당히 행진, 한국형 확장억제력 메시지 담겨 -억제력, 가시성 제고 없이 달성 못해.. 군사력 있어야 외교·평화도 논의 -민군 신뢰성 계기, 자유민주주의 국가 열병식과 시가행진의 근본 이유
[파이낸셜뉴스]
군대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북한이다. 그렇다면 독재국가와 달리 정권의 정통성과 합법성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는 왜 열병식은 하는 걸까? 한국의 이번 열병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선 국군의 날 행사의 법적 근거는 대통령령에 있다. 대통령령 제33620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26번 항목에 포함된 국군의 날은 “국군의 위용 및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행사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4차 방정식을 구성하는 변수 중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서 가장 도드라진 것이 ‘억제’ 요소였다. 억제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자강과 외연을 모두 반영했기 때문이다. 우선 자강 측면에서는 한국형 3축 체계의 신뢰성과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SAM과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소위 거부적 억제와 보복적 억제의 대표무기를 등장시킴으로써 자강 기반 억제력을 현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더불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규모로 미군 전투병력도 함께 참가함으로써 동맹기반 억제력도 보여주었다. 한국장병과 미국장병이 함께 당당히 행진하는 모습을 통해 굳건한 한국형 확장억제력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억제력은 가시성 제고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그리고 군사적 차원에서의 가시성은 군사 현시이고 평화적 군사 현시를 위한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열병식과 시가행진이다. 강력한 군사력이 구비되고 공고한 대비태세가 있어야 외교도 평화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이러한 상식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서 군인은 본연의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국민은 이러한 군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귀중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도 열병식과 시가행진을 거행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