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년, 달라지지 않은 안전 의식
파이낸셜뉴스
2023.10.26 18:28
수정 : 2023.10.26 18:28기사원문
불법 주정차 등 안전불감증 여전
의식 변화 없인 사고 막기 어려워
사고 후 1년 동안 정부와 국회는 책임자 처벌과 국정조사에 나서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도 마련했다.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법적 보완장치도 내놓았다. 대형사고가 나면 정해진 식순처럼 언제나 그랬듯 순서와 절차에 따라 진행했던 후속 대응책이다.
소를 잃은 후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다시 소를 잃는 사고를 덜 당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후대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사고의 우선적 책임이 있는 국가와 지자체가 다시는 유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고를 일으킬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애야 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수없이 발생한 사고에서 본 것처럼, 냄비가 요란하게 끓다가 바로 식어버리듯이 나라 전체가 호들갑만 떨다 또 사고를 당하는 허망한 과정을 우리는 되풀이했다.
그런 안이한 인식하에서는 아무리 처벌을 하고 제도를 완비해 놓아도 사고는 틀림없이 반복된다. 피해자의 이름을 따서 'OOO법'이라는 법을 만들어도 비슷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것은 그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대형사고를 막으려면 사고 예방을 위한 빈틈없는 시스템과 절차의 완비가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용하는 공직자들의 책임감과 국민들의 의식이다. 언제나 대형사고를 당하면 우리 스스로 인재(人災)라고 자책하듯이 사고는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난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는 또 다른 형태의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 이태원의 모습은 사고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소방차나 구급차의 통행을 막는 불법주정차는 1년 전보다 더 심해졌다. 많은 시민이 사고를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일부 시민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전히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의식의 변화 없이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사고의 종류는 수백, 수천 가지가 될 것인데 아직도 재난을 막을 매뉴얼조차 없는 분야가 많다. 교통·건설·작업·축제 등의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상 사고들을 미리 추려내 각각의 방지책을 세우고 늘 점검해야 한다. 사고 없는 나라를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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