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태종의 여섯 준마와 '윤핵관'
파이낸셜뉴스
2023.11.27 07:00
수정 : 2023.11.27 18:20기사원문
특히 삽로자는 이세민이 기병 수십명을 이끌고 정찰을 나갔다가 고립되자 왕세충 군대의 화살을 받아내며 이세민을 구했다. 권모과는 유흑달 군대를 평정할 때 탔던 말로 화살을 9대나 맞고 죽었다.
불과 10년 만에 동방을 정복한 알렉산더에게는 명마 부케팔로스가 있었다. 기원전 331년 알렉산더가 인더스강을 건너 인도 펀자브에서 만난 군대는 파우라바 왕국의 코끼리 부대였다. 코끼리를 처음 본 기병대 말들이 혼비백산하자 알렉산더를 태운 부케팔로스가 갑자기 홀로 적진으로 달려들었다. 알렉산더는 죽음을 각오한 부케팔로스의 용맹함에 승기를 잡아 대승을 거뒀다. 이렇듯 동서양의 영웅 곁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주군을 대신해 죽음을 불사하는 진짜 '충신'들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듯 절박해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딴 세상에 있다. 대표적인 게 '윤핵관'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혁신위가 '험지 출마'를 권유하자 한 의원은 돌연 자신의 지역구에서 관광버스 92대를 동원하며 세를 과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자기 지역구) 안 주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한다. 당대표는 혁신위에 "급발진 마라"며 경고장까지 날렸다. 대통령의 거취가, 국민의 삶이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데 지금껏 양지만 걸은 이들이 진땅 앞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여우가 호랑이를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말이 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다. 당태종의 여섯 준마와 알렉산더의 부케팔로스도 이들처럼 자신들을 향해 몸을 조아리는 만인을 보고 자기를 우러러본다고 생각했을까. 충신과 간신은 위기 때 제 모습이 더 극명히 드러난다.
김관웅 생활경제부장 부국장 kw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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