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된 지역주택조합
파이낸셜뉴스
2023.12.11 18:03
수정 : 2023.12.11 18:03기사원문
지주택은 한마디로 일반 주민들이 시행사 역할을 맡아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제도다. 1977년 직장주택조합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택건설촉진법에 등장한 주택조합제도가 시초다. 1987년 도시재개발구역 이외 지역의 무주택자도 주택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요건이 완화되면서 지금의 지주택 형태가 됐다. 2003년에는 주택법(제2조 제9호 가목) 개정을 통해 지주택이 법제화됐다.
그러나 깜깜이 사업으로 허위·과장 광고가 만연해 피해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원수에게 권하라'는 말이 있겠는가. 올해도 서울 옥수동, 구로동을 비롯해 강원 고성, 전남 순천, 광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지주택 관련자들의 실형 선고가 이어졌다. 사업장마다 피해액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고 피해자도 많게는 수백명이다. 전세사기 수준이지만, 매년 뚜렷한 대책 없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조합에서 탈퇴하면 분담금은 못 돌려 받는다. 이 때문에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버티는 조합원들이 다반사이지만 종국에 토지를 95% 이상 사들이지 못하면 사업은 좌초된다. 처음부터 토지 지분을 소유한 주민들로 조합을 구성하는 재개발·재건축과 현격한 차이다.
더구나 지주택은 주택법에 따라 회계서류 등 정보공개 의무화 대상이 아닌 데다 지자체의 관리·감독은 통상적으로 10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계획승인(토지확보 95%) 이후 가능하다. 불특정다수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정보는 베일에 가려 있고, 상당기간 감독하는 곳은 없으니 계약자들을 속여 분담금을 가로채는 게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협동조합 임대주택' 등 다른 간판까지 내걸고 있다. 복마전(伏魔殿)이 따로 없다.
물론 올곧게 지주택 사업을 완수하는 곳도 있다. 다만 토지 매입 과정에서 알박기 지주 등장으로 비용과 사업기간이 늘어나 추가분담금 폭탄을 맞는 건 예삿일이다. 무엇보다 10곳 중 8곳가량은 잡음이 일고 다수의 피해가 발생하는 게 문제다.
뒤늦게 정부가 지도·감독 대상에 사업 초기의 지주택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연내 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업 초기는 '조합원 모집단계' 등으로 못 박고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지자체 관리영역에 둬야 한다. 이조차도 어렵다면 지주택 사업을 고쳐 쓸 게 아니라 버려야 피해 차단이 가능하다. 시작부터 투명하지 않은 제도는 존재의 이유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winw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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