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덕희'와 바쁜 경찰
파이낸셜뉴스
2024.01.16 18:49
수정 : 2024.01.16 18:49기사원문
그는 인근 경찰서에 총책의 인적사항과 함께 모든 범죄 사실을 제보했지만 경찰에서는 바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시민의 반복 제보로 경찰은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았다. 그러나 경찰은 시민에게 신고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공을 가로챘다. 이는 영화 '시민덕희'의 이야기이다. 지난 2016년 세탁소 주인 김성자씨가 겪은 실화를 소재로 썼다고 한다.
경찰서 민원실에 들어서면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다. 시민들이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항의하는 모습이다.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피해자로 호명되는 시민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며 "무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 큰 문제는 '소명의식'이다. 경찰 수사부서의 인기는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장에선 수사 베테랑들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매번 지원자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인을 잡는 형사'가 되기 위해 경찰관이 됐으나, 이제 자신을 '직장인'으로 규정하는 경찰도 많아졌다는 게 내부의 이야기다.
경찰의 수사권한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올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 수사권도 넘겨받았다. 권한이 커질수록 우려되는 건 또 다른 덕희, 김성자씨와 같은 한 명의 시민이다.
경찰은 수사관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하며 국가수사본부를 출범했다. 처우개선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다. 경찰관 한 명이 시민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며, 더욱 중요한 건 수사관 마음속에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민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왜 경찰이 됐는지도 알고 있고요. 전보다 더 나아질 겁니다." 한 수사관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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