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호 테너' 모티프… '일 테노레' 명작 탄생을 알리다
파이낸셜뉴스
2024.01.29 18:20
수정 : 2024.01.29 18:20기사원문
'일 테노레'는 1940년대 의대생이었지만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와 오페라를 전파했던 이인선이라는 실존인물로부터 모티프만 가져왔을 뿐 모든 이야기는 새로 만들어졌다. 박천휴는 고증에 갇히지 않고 과감한 창작을 통해 보편적인 주제를 구현할 수 있는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첫번째 다른 선택이다.
일제강점기에 예술을 하는 이야기에서 독립운동과의 관계성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당대의 예술을 다뤄야 하는 현대의 창작자들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작품은 조선의 일테노레(테너)인 윤이선을 주인공으로 세우면서 물리적 투쟁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하려는 이수한과 문화예술을 통해 민족성과 자주독립을 전파하려는 서진연을 등장시킨다. 즉, 일제강점기를 예술을 통해 뚫고 지나가려고 했던 세 젊은이의 이야기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 구도에서의 갈등은 결국 예술과 독립운동의 문제로 발전된다. 여기에서 작가의 두번째 다른 선택은 세 인물의 삼각관계를 클리셰한 갈등으로 풀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수한은 서진연을 오래전부터 좋아했지만 윤이선과 서진연이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윌 애런슨의 음악은 한국 최초의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드는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요인이다. 놀라운 것은 극중 오페라인 '꿈꾸는 자들'이 기존에 있던 오페라가 아니라 이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곡들이라는 점이다. 초연을 통해 2018년 첫 낭독공연을 가졌던 이 작품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창작자가 얼마나 꼼꼼하게 발전시켜왔는지가 느껴진다. 부디 이 명작의 역사적인 초연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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