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56조 구멍, 선심 사업은 무슨 돈으로 할 텐가
파이낸셜뉴스
2024.01.31 18:30
수정 : 2024.01.31 18:59기사원문
결손 예상보다 커 역대 최대 기록
재정준칙 법제화 등 대책 고민을
무엇보다 전체 세수의 44%를 차지하는 법인세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법인세는 80조4000억원이 걷혔는데 전년 대비 23조2000억원(22.4%)이나 줄었다. 양도소득세도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다른 세목들도 다 쪼그라들었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7조9000억원, 관세 3조원, 종합부동산세 2조2000억원, 개별소비세 5000억원, 증권거래세 2000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예상보다 많은 세수결손이 확실시되자 재추계해 2조원대 초과세수로 간신히 맞췄다. 결국 본예산 기준으론 3년 연속 두자릿수 오차율(-14.1%)을 냈다. 다른 점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은 부동산 시장 과열, 보복소비로 인한 경기반등으로 세수 오차율이 플러스, 초과세수였다.
이렇게 큰 세수 오차가 3년째 계속되는 것은 국가재정 운용 안정성에 구멍이 났다는 신호다.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역대 가장 많은 117조원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을 보면 그렇다. 문제는 올해도 세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부양용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9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수는 쪼그라드는데 쓸 일은 많다. 한 해 수십조원씩 재정지출이 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응은 물론 경제성 분석마저 생략한 달빛고속철도 등 대규모 공항·철도건설 국책사업도 대기 중이다. 게다가 여야 할 것 없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감세 및 현금지원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에다 경로당 주5일 무상 점심 급식, 쌀 가격 차액보전(양곡관리법 개정안),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신혼부부 가구당 1억원 대출 등 많게는 연간 20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 대책들이 그것이다. 긴축 건전재정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여야는 "부자 감세" "무책임"이라며 남 탓을 하고 있다.
필요한 곳에 재정을 써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하지만 재정균형과 건전성 확보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 세수 감소, 재정적자가 만성적 구조적 문제가 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생산가능인구가 2년 전 꺾였다. 부양노인에 비해 인구가 적은 미래 세대의 조세·부양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 수준의 국가재정 여건에선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생애소득의 40%를 세금(순조세부담)으로 내야 한다는 전영준 한양대 교수의 '세대 간 회계를 통한 재정지속성 평가' 보고서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현금지원 공약이 제도화되면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세형평성이 훼손되면 조세저항, 세대 간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물론 새나가는 재정이 없는지 다시 살피고 합리적 세수확보책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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