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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세수 56조 구멍, 선심 사업은 무슨 돈으로 할 텐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31 18:30

수정 2024.01.31 18:59

결손 예상보다 커 역대 최대 기록
재정준칙 법제화 등 대책 고민을
ⓒ News1 DB /사진=뉴스1
ⓒ News1 DB /사진=뉴스1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원의 세수결손이 났다. 1월 31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세수입(잠정)이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13.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본예산 예상세입보다 56조4000억원이 펑크난 것이다.

무엇보다 전체 세수의 44%를 차지하는 법인세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법인세는 80조4000억원이 걷혔는데 전년 대비 23조2000억원(22.4%)이나 줄었다. 양도소득세도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다른 세목들도 다 쪼그라들었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7조9000억원, 관세 3조원, 종합부동산세 2조2000억원, 개별소비세 5000억원, 증권거래세 2000억원이 줄었다.

세수가 급감한 것은 경제활동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주력제품 수출부진과 기업실적 악화, 부동산 등 자산시장 거래위축 등 지난해 우리 경제를 짓누른 리스크가 세수결손으로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본예산을 짤 때만 해도 50조원 이상의 세수펑크를 예상하지 못했다. 경기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예상보다 많은 세수결손이 확실시되자 재추계해 2조원대 초과세수로 간신히 맞췄다. 결국 본예산 기준으론 3년 연속 두자릿수 오차율(-14.1%)을 냈다. 다른 점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은 부동산 시장 과열, 보복소비로 인한 경기반등으로 세수 오차율이 플러스, 초과세수였다.

이렇게 큰 세수 오차가 3년째 계속되는 것은 국가재정 운용 안정성에 구멍이 났다는 신호다.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역대 가장 많은 117조원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을 보면 그렇다. 문제는 올해도 세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기부양용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9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수는 쪼그라드는데 쓸 일은 많다. 한 해 수십조원씩 재정지출이 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대응은 물론 경제성 분석마저 생략한 달빛고속철도 등 대규모 공항·철도건설 국책사업도 대기 중이다. 게다가 여야 할 것 없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감세 및 현금지원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등에다 경로당 주5일 무상 점심 급식, 쌀 가격 차액보전(양곡관리법 개정안),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신혼부부 가구당 1억원 대출 등 많게는 연간 20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 대책들이 그것이다. 긴축 건전재정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여야는 "부자 감세" "무책임"이라며 남 탓을 하고 있다.

필요한 곳에 재정을 써야 하는 것도 마땅하다. 하지만 재정균형과 건전성 확보에 눈을 감아선 안 된다. 세수 감소, 재정적자가 만성적 구조적 문제가 돼선 안 된다는 말이다.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생산가능인구가 2년 전 꺾였다. 부양노인에 비해 인구가 적은 미래 세대의 조세·부양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 수준의 국가재정 여건에선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가 생애소득의 40%를 세금(순조세부담)으로 내야 한다는 전영준 한양대 교수의 '세대 간 회계를 통한 재정지속성 평가' 보고서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현금지원 공약이 제도화되면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세형평성이 훼손되면 조세저항, 세대 간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물론 새나가는 재정이 없는지 다시 살피고 합리적 세수확보책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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