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
파이낸셜뉴스
2024.02.22 18:23
수정 : 2024.02.22 18:23기사원문
무용수가 이것도 먹어요?
살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
학생들에게 말하기 곤혹
나는 전자로 이것저것 다 잘 먹는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살을 빼야 함에도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힘든 스타일이다.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살을 빼는 친구들에겐 존경심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 유학 시절 사춘기였던 나는 몸에 살이 붙기 시작했는데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안 되었다. 살을 빼기 위해 원푸드 다이어트. 덴마크식 다이어트 이것저것 다 시도해 봤지만 나의 의지 부족으로 항상 실패했다. 유학 생활 동안 항상 혼자 챙겨 먹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거나 적게 먹어도 먹는 음식이 균형 잡힌 식단과 거리가 멀고 질이 안 좋아 살 빼기가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친구들 중에는 야채만 먹거나 먹는 양을 확 줄여 한달에 5㎏씩 빼기도 했지만 나에겐 유니콘 같은 이야기였다.
졸업을 하고 프로발레단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공연과 연습을 통해 살은 자연스럽게 빠져 이상적인 발레리나의 몸이 되었다. 발레라는 직업 특성상 프로 무용수는 하루에 엄청난 칼로리를 소비하는 연습량을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용수의 몸의 라인은 완벽한 춤을 추기 위한 조건이므로 살이 찌거나 한다면 그 라인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발레무용수는 고난도의 동작을 해야 하고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발레단 시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엄청난 연습량 덕분에 살이 찔 수가 없었다. 연습량도 많고 공연 시즌에 잘 먹지 못하면 버티지 못하기에 먹을 수 있을 때는 신경 쓰지 않고 맘껏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휴가 때나 부상 때문에 장기간 쉬어야 할 때는 다시 살이 붙었지만 기초대사량이 높았던 관계로 복귀 후 공연과 연습으로 나도 모르게 살이 빠지게 되었다.
본래 다이어트는 자신의 몸 상태와 체질에 따라 방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음식,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겐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우리 학생들 중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단기간에 살을 빼려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것은 에너지 절약 기능을 활성화해 열량 소비를 둔화시키고, 식탐을 증가시키고, 살이 찌기 쉬운 몸 상태로 만들게 되어 요요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자, 이제 우리 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무작정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와 고강도의 훈련과 적절한 식사량을 통해 만들어지는 몸을 갖는 다이어트 중 무엇을 고르겠는가.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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