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사활 거는 KPI에 ELS 반영 제각각...판매량 많은 銀, KPI 반영비중 높았다
파이낸셜뉴스
2024.03.10 14:57
수정 : 2024.03.10 14:57기사원문
올해 만기도래 ELS 판매 당시
은행권 KPI 판매기준 살펴보니 '제각각'
A은행, 5개 지표 통해 ELS 판매실적 반영
B은행, 1050점 중 ELS 판매실적 23.59점 반영
기초자산별 판매한도 없어 '쏠림 가능'
2019년 이후 금융당국 감시·감독도 미흡
[파이낸셜뉴스]은행들이 15조원 이상의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팔았던 배경에는 투자상품 판매량이 실적으로 직결되는 성과체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점가량의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H지수 ELS와 관련된 점수가 10점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원들이 KPI 2~3점에 사활을 거는 것을 고려하면 H지수 ELS 판매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KPI가 설계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銀, KPI 배점 높았을 때 ELS 더 팔았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핵심고객 가치증대 △고객자산 총운용자산(AUM) △개인고객 가치증대 △위험조정이익 △신규&시너지이익 등 총 5개 지표를 통해 ELS 판매실적을 KPI에 반영했다. 상반기에는 KPI 950점 중 ELS 관련 점수가 12.64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90점을 차지하는 개인고객 가치증대 지표 중에서는 ELS 비중이 3.46%였다. 전체 KPI에서 H지수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1.33%였다.
하반기에는 총 1020점 중 H지수 ELS 관련 득점이 10.03점으로, K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8%로 집계됐다. 상반기와 비교해 득점과 비중 모두 줄어든 것인데, 이는 H지수 ELS 판매량과 같은 추이다.
2022년에는 KPI 중 '개인고객 가치증대' 지표 배점이 줄어들자 H지수 ELS 판매실적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개인고객 가치증대 지표는 2021년 90점에서 2022년 상반기 50점으로, 하반기에는 60점으로 줄었다. 국민은행 H지수 ELS 실적포인트는 2021년 상반기 11만175점→하반기 5만5908점→2022년 상반기 2만6389점→하반기 2만3536점으로 감소했다. 개인고객 상품실적 목표 달성률을 평가하는 지표 배점이 줄어들 때 H지수 ELS 판매실적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신한은행에서는 2021년 △자산관리 △조정 세전이익 항목에 H지수 ELS 판매실적을 반영했다. 상반기 1030점 중 13.65점, 하반기엔 11.54점이 H지수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해 얻을 수 있었던 점수다. 2022년에는 KPI 개편으로 △투자자산AUM △고자산고객 관리 △조정 세전이익 △영업활동수익(개인영업)으로 ELT 판매실적을 반영하는 KPI 항목이 4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KPI 총 1050점 중 23.59점, 하반기 7.11점이 ELT 판매실적과 관련된 득점으로 집계됐다.
다른 은행에서도 모두 ELS 판매실적은 KPI에 반영했다. 하나은행에서는 2022년 하반기 KPI 중에서 투자자산 AUM이 차지하는 점수가 20~30점으로, 펀드·신탁·방카슈랑스 잔액을 합산해 평가했다.
우리은행에서는 KPI 중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자산관리상품 지표 배점이 총 50점이었다. H지수 ELT를 포함해 펀드·신탁 등에 대해 고객 단위 상품군별 납입 금액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NH농협은행은 2021년 총 1000점 중 △신규비이자(30점) △자산관리(30점)을 각각 KPI에 반영했다. H지수 ELF 상품은 비이자수익, 자산관리 항목에 모두 잡히는 만큼 은행원들로서는 KPI 점수를 높이기 위해 판매 유인이 높았던 것이다.
■당국 銀 투자상품 수시검사 충분했나...4년간 7건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당시 제도개선책으로 발표했던 '상시감시·감독 강화'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방안에 따라 각 은행은 구조화 상품 판매 시 2019년 11월 말 은행별 잔액 안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손실 구간에 진입한 H지수 관련 상품 등은 기초자산별 판매한도가 없어 특정 상품에 대한 '쏠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구조였다. 윤창현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2019년부터 은행별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관련 수시검사를 나가 문책 이상의 조치를 내린 건 총 7건에 그쳤다. 2019년 DLF 사태 당시 하나, 우리, 한국씨티은행에 수시검사를 나갔고 2020년 신한, 우리은행을 검사했다. 2021년에는 농협은행에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2022년에는 신한은행에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수시검사를 해 4년 동안 5개 은행에 대해서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11월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상시검사·현장검사를 강화하겠다"며 "문제가 된 2개 은행이 자체 도입한 투자자 보호방안을 타 은행들로 확산 유도하고, 은행 경영실태평가 시 KPI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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