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영웅의 막내딸 편지 "아빠 사랑해요...내게 아주 커다란 힘"

      2024.03.23 13:58   수정 : 2024.03.23 15: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영웅들이 지켜낸 서해바다! 영원히 지켜나갈 대한민국!'을 주제로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참전 장병, 유가족, 정부 주요 인사, 군 주요 직위자, 시민, 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으로 산화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세 딸 중 당시 5세였던 막내딸인 김해봄씨는 올해 봄 대학교 새내기가 됐다.

이번 기념식에서 그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띄웠다. 낭독 과정에서 아빠와 함께 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표현하던 김해봄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과 유가족들,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행사는 눈물과 함께 시작됐다.


김씨는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며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꼭 지켜봐 줘”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꿈을 얘기하며 “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항상 꼭 지켜보고 꼭 응원해 줘. 아빠가 내게 아주 커다란 힘이라는 거 꼭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 사랑해요"라며 낭독을 마쳤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기념사에서 북한을 향해 도발 시 더 큰 응징을 받을 것이란 점을 거듭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퇴장하면서 편지를 낭독한 김해봄 씨를 만나 "아버님께서 너무 예쁜 딸들을 두셨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다음은 고(故)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 씨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아빠, 벌써 봄이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어.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 이토록 빛나는 3월의 봄. 해가 빛나는 봄이라는 뜻을 가진 아빠의 막내딸 해봄이는 다른 새내기들처럼 가슴 설레고 마음 따뜻해야 하는데 왠지 무겁고 괜히 조금 슬퍼지네.
지난번 아빠 계신 현충원에서 알려는 드렸지만 해나 언니는 아빠처럼 해군이 되겠다고 군사학과로 진학했고 해강 언니는 벌써 대학교 3학년이야. 물론 나도 대학생이 되었고. 그런데 아빠, 내 꿈은 많은 관객들 앞에서 멋진 춤을 추는 건데, 춤을 출 때면 너무 행복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해.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춤추는 것을 나중에 누가 기억해 줄까? 내가 또 만일 어른이 되고 이날을 기억했을 때 어떤 마음일까, 하고.
이 사진 기억하지? 6살 흐릿한 기억 속 아빠는 사진 속 기억처럼 나를 미소 짓게 해. 예쁜 척하고 있는 언니들을 앞세우고 엄마와 나란히 선 아빠의 옅은 미소, 그날 내가 그린 브이처럼 아빠도 행복한 날이었겠지?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꽃이 많이 핀 날, 아빠의 빛나는 봄, 햇살 같은 내가 꼭 소식처럼 찾아갈게. 아빠의 젊고 멋진 인생 닮은 자랑스러운 아빠의 막내딸이 춤추듯 고백할게.
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항상 꼭 지켜보고 꼭 응원해 줘. 아빠가 내게 아주 커다란 힘이라는 거 꼭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 사랑해요, 아빠. 아빠의 막내딸 김해봄 드림.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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