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가, 영화 '댓글부대'
2024.03.25 13:11
수정 : 2024.03.25 13:11기사원문
인터넷에서 ‘촛불집회’를 검색하면 1974년 9월 26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주관한 시국기도회가 한국에서 일어난 첫 촛불집회라고 나온다. 그리고 1992년 PC통신 초창기 케텔이 하이텔로 바뀌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유료화 되자 촛불집회가 일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군 여중생 압사사고(2002) 당시 한 인터넷 신문 기자 겸 네티즌 ‘앙마’의 제안으로 촛불집회가 다시 시작됐다.
영화 ‘댓글부대’에도 ‘앙마’라는 네티즌이 언급된다. 어린 시절 PC통신 유료화에 반대한 그가 성인이 돼 동생과 함께 촛불집회를 주도했다는 식으로 사실에 허구를 더해 마치 실제인양 인터넷 여론 형성의 역사를 들려준다. 가짜와 진짜가 혼재돼 혼란스러운 작금의 우리사회를 옮겨놓은 것 같은 영화가 나왔다. 사회부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기자 출신 장강명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댓글부대’다.
‘댓글부대’는 대기업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로 판명나 ‘기레기’로 전락한 상진(손석구 분)이 해당 기사와 관련해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를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범죄스릴러다. 영화 속 이야기조차도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면서도 혼란스럽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제16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에서 올해의 독립영화 감독상을 수상한 안국진 감독의 신작이다. 안 감독은 “정보를 왜곡하는 세력과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 간의 대립이 재밌어서 원작보다 이 대립관계를 더 부각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영화 속 스테레오 타입과 다른 현실적인 기자상을 만드는게 목표였다"며 "손석구가 캐스팅되면서 허당미 있는 다소 귀여운 기자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엔딩과 관련해선 "지금의 엔딩이 현실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쾌감을 줄 것이라고 봤다”며 “영화를 보는 동안엔 핸드폰도 못 볼 정도로 몰입했다가 영화가 끝나면 바로 핸드폰을 보길 바랐다”고 말했다. “영화 속 어느 게 진짜고 가짜인지 바로 찾아보면서 영화가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길 희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대상을 담았다는 사실은 흥미롭지만,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 아쉽다.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등 20~30대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27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