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구조 수술 없인 金사과·金배 계속 나올 것
파이낸셜뉴스
2024.04.02 18:11
수정 : 2024.04.02 18:29기사원문
소비자물가 두달 연속 3%대 상승
사과 재배지 조성 등 대응책 발표
정부는 3월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 안정화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장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서민들에겐 먼 이야기로 들린다.
사과, 배 등 과일과 농산물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사과는 전년동월 대비 90% 가까이 올라 전월 70%대였던 오름폭을 더 키웠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대 상승폭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배도 마찬가지다. 87.8%나 올라 이 역시 최대 상승이었다. 귤(68.4%) 등을 포함한 전체 과실 물가지수는 전달에 이어 두달째 40%대 상승률이었다. 이 정도면 서민들에게 장 보기는 거의 공포에 가깝다.
물가를 자극할 요소는 주변에 차고 넘친다. 미국의 달러 강세 여파로 원화는 연일 약세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연고점을 다시 갈아치웠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해 국내물가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더 깊은 고유가·고환율·고물가 악순환 늪에 빠지기 전에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정부가 이날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은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과일 물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사과 계약재배 물량을 3배, 배는 1.5배로 늘린다.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강원도에 사과 재배지 2000㏊(헥타르·1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특히 계약재배 물량은 출하처와 용도까지 직접 관리하는 지정출하 방식으로 운용해 급격한 가격 등락을 막을 것이라고 한다. 늦은 감이 있긴 하나 이런 식의 공급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 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파동은 사과, 배에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번 유례없는 과일 값 폭등 과정에서 다시 확인된 불합리한 유통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농산물 유통단계는 생산자, 산지 공판장, 도매시장, 대형 유통업체, 소매업체를 거쳐 소비자에 이른다. 단계별로 마진이 붙는 구조여서 소비자는 농부가 판 가격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사게 된다. 정부 지원책이 나오면 중간상인들의 사재기는 더 기승을 부린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과감히 구조를 바꿔 유통시스템에 혁신을 도모해야 금사과, 금배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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