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용과 의료체계 개혁
파이낸셜뉴스
2024.04.22 19:15
수정 : 2024.04.22 19:15기사원문
현재 추이가 계속되면 오는 2032년 법적 상한선인 8%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노인이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역산해 사망 전 6개월 동안 지출하는 의료비는 그 노인이 태어나면서부터 사망 전 6개월까지 평생 지출한 의료비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노인인구 비율은 17%인데 노인진료비 비율은 46%를 차지한다. 또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에 대해 의료기관은 가격과 수량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동안 비급여진료비는 급여 확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보장성을 강화해도 그때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장률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비급여 관리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한 보험급여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지급제도가 문제다. 건강보험, 의료급여, 장기요양보험의 급여비 지급방식은 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마치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이 모든 의료행위와 의약품, 치료 재료마다 가격표가 있고 진단과 검사·시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의료기관의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따라서 과잉진료가 일상화되고 진료비에 대한 총체적 관리수단이 없다. OECD 국가 중에서 이렇게 지급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의료기관이 아무리 진료를 많이 해도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진료비 총액은 미리 정해져 있다. 따라서 굳이 과잉진료를 하려 하지 않고 병상 수와 의약품 사용량을 최대한 줄여 투입원가를 낮추려는 유인을 활용한다.
이용체계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상종, 상종 외 2단계로 되어 있는 의료이용 단계를 의료기관 진료기능과 거주지역 등을 반영, 개편해 환자의 중증도 기반 의료이용 경로를 재정립해야 한다. 필요도 기반 본인부담 차등제를 확대해야 한다. 과다, 부적정, 경증, 비필수 의료이용 시 본인부담을 인상하고 정해진 횟수 및 일수 초과 시에도 본인부담을 인상해야 한다. 경증질환으로 상종 및 응급실 이용 시 확실하게 본인부담이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의료이용 및 의료비에 대한 개인별 정보제공을 통해 의료내역을 관리하고 의료비 인식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공급자 보상체계도 개편해 필요한 곳에 집중·선별 인상하는 고가치·필수 집중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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