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 신화와 논리
파이낸셜뉴스
2024.05.29 18:00
수정 : 2024.05.29 18:04기사원문
당연히 더 내고 더 받겠다는 응답이 더 내고 그대로 받겠다보다 높았다. 지난 17년간 개혁의 필요성만 이야기하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던 것에 비하면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여전히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으로 나뉘어 팽팽한 대립각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복잡한 내용이지만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은퇴 뒤 일할 때 벌던 소득의 40%를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어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기금이 고갈된 이후 시점의 일하는 세대는 2078년경 월 소득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동일한 소득보장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연금을 받기 위해 베이비부머인 기성세대는 9%만 내던 보험료를 갑자기 4배 가까이 내야 하기에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연금특위가 활동한 지도 21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 하는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료율을 어느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사실판단도 증거기반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기 시작하고 있는 현재 사회구조에서 고령자에게 계속해서 많은 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저출생으로 부담계층이 대폭 줄어드는 다음 세대에도 지속가능한 공적연금을 물려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이 높아지고 국민이 안심하며 정부를 신뢰하게 하려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노인빈곤 문제와 소득재분배 관련 이슈를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신화(神話)라는 점을 잊지 말자.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기금고갈의 위험 없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미래세대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운용수익은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이전에 납입된 보험료에 대해서는 기존 확정급여형으로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되,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부족분은 일반재정에서 충당하는 과감한 해결방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나라의 개혁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이러한 개혁은 조기에 단행할수록 재정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제는 대통령과 국회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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