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AI를 골라내는 눈
파이낸셜뉴스
2024.09.05 18:45
수정 : 2024.09.05 18:49기사원문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하며
각각 답변을 비교, 재해석
AI 큐레이터의 역량 필요
이제는 챗GPT뿐만 아니라 클로드, 제미나이, 코파일럿, 라마 등 다수의 생성형AI가 이용자에게 손짓하고 있고 소리, 영상 등을 제공하는 멀티모달형 AI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새로운 IT 기술도 급하게 오남용했다가는 큰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AI가 갖는 그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환각'이라고 하여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질문과 관계가 없는 내용을 사실과 섞어서 답으로 내놓는 바람에 그것을 검증하고 사용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점이 그 하나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시간에 쫓겨 실제 있지도 않은 판례를 생성형AI로부터 받아 재판정에서 내밀었다가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AI 과의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필자의 처방은 한 개의 생성형AI만 쓰기보다는 여러 개의 생성형AI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각각의 답변을 비교하고, 자신이 그것 중에 양질의 답변을 조합하거나 재해석할 수 있는 이용자의 AI 리터러시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제 이용자에게는 여러 개의 생성형AI를 큐레이션할 수 있는 AI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성형AI에는 동영상이나 이미지파일을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어떤 캐릭터의 특성이나 스토리의 세계관을 입력하기만 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웹소설, 이미지, 동영상 등 원하는 문화상품을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AI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제 꿈만 꾸는 몽상가도 AI라는 도구를 만났을 때 그 꿈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전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생성형AI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에게는 양질의 결과물을 선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한 역량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독서, 여행, 교육 등 직간접 경험과 첨단 기술에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 이용 경험, 친숙도 등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A라는 생성형AI가 환각을 통해 엉뚱한 답을 내놓더라도 B, C, D의 답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다 보면 그러한 오답을 가려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A부터 D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창의적 답변, 양질의 답변인데 그것은 AI와 그것을 만든 인간 양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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