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크겠지만 전기요금 정상화는 가야 할 길
파이낸셜뉴스
2024.09.23 18:30
수정 : 2024.09.23 19:15기사원문
고물가 부담에 4분기 요금 또 동결
미래 부담 안되게 포퓰리즘 탈피를
안 오른 것이 없는 고물가로 팍팍한 생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정부에 부담일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윤석열 정부 들어 요금이 50% 인상됐다"며 "국민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폭염 기간이 지나면 최대한 시점을 조정해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정부 내 이견도 많고 여론을 의식한 여당 압력도 만만치 않아 정상화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 눈감은 요금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고통스럽지만 실정에 맞는 요금 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총대를 메야 한다.
2021년 이후 누적 적자가 43조원까지 불어난 것은 순전히 그 여파다.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고, 이자 지급액만 연간 4조원이다. 2020년 112%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543%까지 불었다. 올려야 할 때 못 올리고 여론 눈치만 보다 기업 재무구조를 망가뜨린 것이다. 이 부담이 결국엔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전이 최근 5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낸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누적된 손실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다섯번째로 낮다. 더욱이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 대규모 송전선로 구축도 절실하고 노후설비도 교체해야 한다. 각종 전력 인프라 투자는 국가 미래를 위한 과제다. 한전이 이 중차대한 업무를 주도해야 하는데 이를 감안해서라도 현실적인 요금체계가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요금 결정 과정이 정치권 입김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시장 질서에 기반해 요금이 책정될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혁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위해 원전을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 미국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9년 전 가동을 멈춘 원전까지 다시 살리고 있다. 스리마일 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부터 재개한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이 지역은 1979년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전력 확충이 그만큼 절박한 국가 현안이라는 걸 말해준다.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로 원전만 한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이 한전의 부실을 부채질했던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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