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연간 4조7천억 추가수익 기대
파이낸셜뉴스
2024.10.23 18:12
수정 : 2024.10.23 18:12기사원문
누적 부채 203조 재무 위기 심각
"서민경제 부담, 산업용만 인상"
한국전력이 주택용·소상공인(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 채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하기로 한 것은 악화된 재무구조 상황과 고물가·가계대출 위험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전은 연간 4조7000억원가량의 추가 수익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23일 4·4분기 전기요금에서 가정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한 채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kwh당 8원 인상한 이후 1년6개월째 동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국제 연료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전력 판매를 전담하는 공기업인 한전의 올해 상반기까지 연결 기준 누적적자는 약 41조원에 달한다. 2021∼2023년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면서 한전 재무상황에도 부담이 가중됐다.
정부는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약 203조원으로 여전히 심각한 부채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적자로 인해 차입금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기준 한전은 하루 이자비용만 약 122억원에 달한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가계부채와 고물가 상황은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득 대비 부채가 많은 '취약가구'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목표인 2% 물가상승률은 달성했으나 꾸준히 오른 물가는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까지 겹쳐 내수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서민경제 일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경제지표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주체 중 제조업 분야 수출 대기업은 비교적 선방했고,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전은 월 3900억원, 연간 4조7000억원가량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주택용,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큰 쪽은 수출 중심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번 인상까지만 산업용 중심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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