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유죄 파기…"옥시와 공범 성립 안 돼"
파이낸셜뉴스
2024.12.26 12:31
수정 : 2024.12.26 12:31기사원문
1심 무죄→2심 유죄…대법서 파기환송
"옥시와 SK케미칼·애경 제품 성분 달라 공범 안 돼"
[파이낸셜뉴스]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 사건을 옥시레킷벤키저 사건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PHMG는 흡입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돼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2018년 1월 징역 4년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뒤늦게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산업 사건의 경우 지난 2021년 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CMIT·MIT가 피해자들의 사망·상해를 유발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심은 CMIT·MIT와 사망·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금고 4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관계자 11명에게도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금고 4년이 각각 선고됐다. 금고는 징역과 마찬가지로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 형벌이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제품 출시 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 출시 후에도 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확대시켰다"며 "일부 피고인의 경우 가습기 제품 용기에 허위 사실이 기재되도록 한 업무상과실까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SK케미칼·애경산업과 옥시를 공동정범으로 본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옥시 제품과 SK케미칼·애경산업 제품의 성분이 다른 만큼, 이들을 공범으로 묶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옥시)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이 사건의 제품 주원료는 CMIT·MIT"라며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해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나 이 사건 피고인들이 가습기살균제에 결함·하자가 존재한다는 사정이나, 결함·하자가 누적, 결합돼 복합사용 피해자들에게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파기환송 후 2심 법원은 '복합 사용자' 그룹 피해자들의 사망·상해 원인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피해자 98명 중 94명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 등 여러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사용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소시효 완성 여부도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 피해자가 2010~2011년 사망했는데, 검찰이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기소한 시점은 2019년이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검찰은 공범이 기소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옥시 측을 먼저 기소한 다음 이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SK케미칼·애경산업과 옥시 측이 공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날 경우 일부 범죄에 대해선 면소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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