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입찰 혜택 사라져" 매출 1천억 넘으면 회사 쪼개기도

파이낸셜뉴스       2025.01.12 18:32   수정 : 2025.01.12 18:32기사원문
(上) 그들은 왜 '회귀'를 택했나
성장할수록 지원 줄고 규제 늘어
中企로 남으려는 '피터팬 증후군'
불황에 매출 줄어 다시 내려오기도
정부, 졸업 유예기간 연장 등 나서

#. 경상도에 위치한 A 토목건설업체는 지난 2023년 중소기업 매출 기준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기업분할을 검토 중이다. 이 기업의 경우 상당수 경쟁업체들이 수의계약을 받기 위해 자녀 또는 회사 임직원 명의로 또 다른 회사를 만드는 것을 본 '학습효과' 탓이다. A업체 관계자는 "입찰조건은 예년과 같지만 입찰에 나설 때 중소기업인 경우 우대를 받게 돼 있다"며 "매출이 조금 늘어 중소기업 우대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계약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제2의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중견기업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은 좋지만 반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이고 규제는 늘리는 불합리한 현실 탓에 이같이 성장을 멈추는 '피터팬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혜택 포기할 수 없어"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으로 누릴 수 있는 대표 지원책은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지역 및 규모에 따라 법인세·소득세 5~30% 감면)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최대 5년간 50~100% 감면) △고용증대세액공제(신규 고용인원 1인당 최대 1200만원 공제) 등이 있다. 여기에 조달청 혁신장터를 통한 공공조달 참여 등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연간 구매총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인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와 연 매출 12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인 중소기업 개발생산판로 맞춤형 지원사업도 있다. 이들 계약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맺어지며 중견기업이 되면 이 혜택들을 누릴 수 없다.

그 때문에 중소기업에 머물기 위한 편법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공공조달 시장에서 수의계약 형식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설·폐기물 관련 기업들이 중견기업 편입을 꺼려 기업 쪼개기 등의 형태로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피터팬증후군으로 중견기업을 포기하고 모두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업황부진, 경쟁심화 등으로 매출 감소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회귀) 중소기업 90% 이상은 업황부진과 수요부진 등의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 매출 증대로 인해 중소기업을 벗어났다가 다시 회귀하는 경우가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A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당시에 원자재 가격 폭등이 납품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일시적으로 매출이 급증,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편입됐다. 이후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다시 중소기업으로 내려왔다.

■지원책 내놓는 정부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졸업유예 제도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2년 더 연장했다. 중소기업 졸업유예 제도는 중소기업이 매출 증가 등으로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넘어서도 일정 기간 중소기업으로 간주해 공공조달, 금융·인력, 세제혜택을 유지해주는 것을 말한다. 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더라도 세액공제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서서히 조정하는 점감구조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앞서 2023년 중견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많은 중견기업이 가장 희망하는 정부의 지원정책으로는 조세가 36.6%로 가장 높았으며 금융(34.3%), 인력확보 지원(8.6%) 순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목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 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산업부는 "금융·세제·수출·인력·연구개발(R&D) 등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imnn@fnnews.com 신지민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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