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경제 위축… 올 성장률 전망 1.6~1.7%로 하향 조정"
파이낸셜뉴스
2025.01.20 18:16
수정 : 2025.01.20 18:16기사원문
기존 1.9%에서 최대 0.3%p 내려
경제심리 위축에 소비 등 내수 부진
대외신인도 방어 위해 이례적 발표
"추경 신속 추진땐 하방압력 완충"
■비상계엄에 저성장 우려 현실화
한국은행은 20일 정치 불확실성이 올해 1·4분기까지 지속되다가 2·4분기 이후 점차 해소되면서 경제심리가 하반기 중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0.5%)를 크게 하회하는 0.2% 또는 이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엄 사태 이후 지속된 국내 정치적 충격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경제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내수소비, 건설투자 등이 위축되면서 4·4분기 성장률이 11월 전망치를 상당 폭 하회할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카드사용액 증가세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감소하고, 고가 비중이 높은 수입자동차 판매도 위축되는 등 내수소비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건설투자의 경우 지난달 중 아파트 분양실적이 2만1000호로 당초 계획(2만5000호)을 17.2% 밑도는 등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지난 11월 전망치(2.2%)를 하회하는 2.0~2.1%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과거 두 차례 탄핵 당시의 최고치보다 크게 상승했던 정치 불확실성 지수가 2차 탄핵안 가결 등을 거치며 등락하다가 최근에는 그보다 낮아졌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 불확실성 변화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韓신인도 우려 돌파 나선 한은
한은이 경제전망 수치가 공개되는 매년 2·5·8·11월이 아닌 1월에 이례적으로 경제전망 수치를 밝힌 배경에는 국가 신인도 방어가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 내 정치·경제적 불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자 불안심리 제거에 나선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에서 우리나라를 보고 있는 시각이 굉장히 불안해 대외신인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은은 다음 달 25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을 좌우할 요소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되고 이에 따라 내수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받을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또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시기, 규모, 대상도 2월 전망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여겨진다.
한은은 여·야·정 합의를 통해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정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경우 경기 하방 압력을 상당 부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정부 예산안이 감액 처리된 것은 성장률을 0.06%p 낮출 것으로 봤지만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등 경기 부양책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한은의 설명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이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세적인 대중 관세 추진 등 보호무역정책이 크게 강화된다는 가정하에 경제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조사국장은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들이 구체화될 텐데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