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60년 울산 공업탑 철거 논란.. 새 탑 건립 가능성도
파이낸셜뉴스
2025.01.29 08:00
수정 : 2025.01.29 08:00기사원문
트램 도입으로 로터리 평면교차로로 전환
공업탑 이전 건립 유력.. 탑 상태에 따라서는 철거도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대한민국 산업화를 상징하는 '울산 공업탑'이 건립된 지 약 60년 만에 이전 또는 철거될 전망이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도시철도(수소 트램) 건설 사업과 관련, 현재 회전교차로인 공업탑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교통섬 한가운데 있는 공업탑을 그대로 두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관련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평면교차로 전환을 사실상 확정했다.
또 하나의 남은 숙제는 '공업탑'의 처리다. 현재로서는 철거 또는 이전이 불가피하다.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유물인 만큼 아예 없애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 그 가치를 이어가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하지만 이전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60년 된 콘크리트 구조물이기 때문에 탑 상태가 현재 그대로 이전을 할 수 있는지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만일 이전 건립이 불가할 정도로 내구성이 떨어져 있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현재의 공업탑을 철거하고 같은 모양으로 새로 건립해야 한다.
이 경우 현재의 공업탑은 철거되고 보존할 수 있는 일부만 새 탑 건립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울산시 관계자는 "공업탑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자리를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이전을 위해서는 시설물 상태나 이전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상황에 따라서는 철거 후 새롭게 건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전 건립 시 후보지로는 태화강역 광장, 울산대공원, 울산박물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태화강역의 경우 울산의 관문이고 산업단지와 인접해 공업탑이 울산의 상징으로서 위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위치다.
반면 울산대공원은 공원 방문객들에게만 노출돼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이 사라지고, 울산박물관에 옮기질 경우는 과거의 유물로 취급받을 수 있다.
한 시민은 "공업축제 퍼레이드의 시작이 공업탑인 것은 그만큼 울산의 상징이라는 의미이다"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갈 수 있는 장소에 울산의 상징이 세워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공업탑은 1967년 현재 자리인 남구 신정동에 건립됐다. 정식 이름은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으로, 1962년 울산이 국내 첫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세웠다.
공업탑은 톱니바퀴 모양의 단상 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목표인구 50만명'을 상징하는 5개의 철근 콘크리트 기둥(높이 25m)이 지구본을 떠받치는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탑 주변에는 망치를 들고 일하는 형상의 '산업역군상'과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본떠 만든 '여인상' 등 2개 동상이 있다.
공업탑은 평양미술학교를 나온 조각가 고 박칠성씨가 만들었는데,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나라가 가난해 여인상을 화강석이 아닌 시멘트로 시공해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여인상은 2011년 청동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산업역군상에는 '울산공업센터선언문'과 함께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여기에 신공업도시를 건설하기로 하였습니다'로 시작하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이 새겨져 있다.
울산공업도시 지정 취지를 잘 알 수 있는 이 치사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남긴 것으로, 마지막에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육군대장 박정희'라는 서명이 있다.
공업탑은 울산이 세계로 뻗어나가 공업 한국의 새 역사를 창조하고자 했던 시민의 염원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울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상징물'로도 꾸준히 꼽히며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급속한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1980년대 공업탑 주변은 현재 형태처럼 도로 5개가 만나는 로터리가 됐다.
울산의 최대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 공업탑로터리는 출퇴근 시간대 통행 차량만 시간당 평균 6300∼6500대에 달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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