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 울려 퍼진 '탄핵 정국'
파이낸셜뉴스
2025.02.03 17:00
수정 : 2025.02.03 18:51기사원문
닉네임 부르는 '콜 마이 네임'도 정치화
스벅 "정치·종교적 중립 유지할 것" 강조
[파이낸셜뉴스] 2001년 미국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선 금기시된 이름이 울려 퍼졌다.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알카에다 조직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은 그해 9월 11일 민간 항공기를 공중 납치해 자살 테러를 지시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의 이름이 다른 곳도 아닌 미국, 그것도 대표적인 미국 브랜드인 스타벅스 매장에서 불렸다는 건 충격적일 법 했다.
최근엔 대한민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탄핵정국'이라는 엄혹한 시대를 반영한 닉네임을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닉네임 정책이 뭐길래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고객과의 소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이 직접 주문을 받고 육성으로 고객의 닉네임을 불러 음료를 전달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이후 스타벅스의 닉네임 정책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됐다. 매장 직원은 주문과 함께 이름이나 닉네임을 물어보고 컵에 이를 적었다. 음료가 나오면 컵에 적힌 이름을 불렀다.
소비자들은 이 정책에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실명 대신 작명 센스를 발휘한 기발한 닉네임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해프닝을 야기했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잡지인 버슬은 지난 2016년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자 스타벅스 매장을 찾아 드라마 속 캐릭터 이름을 사용할 때 나오는 다양한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드라마를 본 바리스타는 닉네임을 듣고 흥분했고 드라마를 보지 않은 직원은 친숙하지 않은 이름의 철자를 몰라 난처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끔 철자를 틀리게 쓰기도 했지만,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문할 때 이름을 물어보는 다른 나라 스타벅스 매장과 달리 '콜 마이 네임'이라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고객 이름을 부르는 이 서비스는 2014년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가장 처음 시행했다.
스타벅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디와 계정을 개설한 뒤 나만의 닉네임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 명사로만 등록하던 닉네임은 현재 동사와 형용사도 사용할 수 있다. 매월 한 차례 변경도 할 수 있다.
다만 스타벅스 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해 '부적절한 닉네임' 사용은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해 놨다. 만약 적절하지 못한 닉네임을 사용할 경우 등록이 제한되거나 예고 없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달았다.
만약 부적절한 닉네임을 3개월간 2회 이상 등록할 경우 한 달간 닉네임 자체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탄핵정국에 나타난 닉네임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스타벅스 매장엔 비상계엄이나 탄핵과 관련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닉네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를 지칭하는 혐오 키워드를 닉네임에 사용했다.
사용 후기도 올라왔다.
'윤석열아웃'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는 한 네티즌은 "매장 특성 때문인지 직원이 작은 소리로 불렀다. 괜히 직원들 곤란하게 한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는 글을 올렸다.
‘윤석렬탄핵’이란 닉네임을 썼다가 아예 매장에서 불러주지 않았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현재 스타벅스 규정에 따라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닉네임은 '부적절한 닉네임'으로 분류돼 걸러지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종교적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데 노력하고 있고 이에 맞춰 성적·정치적·종교적 표현이나 비속어 등을 담은 닉네임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매일 실시간 검색으로 블록 처리하는 등 모니터링을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데 최근 탄핵정국에도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간혹 모니터링을 피해 가려고 변형된 닉네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걸러내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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