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로봇·TV 달린 시계…엡손 세운 '도전정신'
파이낸셜뉴스
2025.02.05 18:44
수정 : 2025.02.05 18:44기사원문
1942년 일본 된장인 미소 공장 부지에 세워진 엡손은 사업 초창기만 해도 시계로 가장 유명했다.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시계 사업은 '성(고효율)·소(초소형)·정(초정밀)'으로 대표되는 엡손의 경영 철학의 시초다. 이를 상징하듯 엡손 경영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와 박물관' 기념관은 역대 세이코 시계 및 제조 장비들로 빼곡하게 차 있다. 1960년대 전후 방송국 등에서 사용한 장롱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크기의 초기 쿼츠 시계를 거쳐 3㎝ 크기의 세계 최초 전자식 쿼츠 손목시계 '아스트론 35SQ' 등이 이 곳에서 탄생했다.
엡손의 주력인 프린터 사업도 시계 기술로 시작됐다. 엡손은 도쿄올림픽 경기에서 기록된 시간을 출력하기 위해 프린터 사업에 뛰어들었고, 1968년 첫 프린터인 'EP-101'을 세상에 내놨다. 당시 기존 프린터 대비 20분의 1 전력을 사용하며 손으로 쥘 수 있을 만큼 크기를 줄였다.
세계 최초의 휴대용 컴퓨터인 'HX-20'도 엡손이 1981년 개발한 제품이다. 1.6㎏의 가벼운 무게와 A4 크기의 본체, 최대 50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를 갖춘 게 특징이다. 1982년 출시된 세계 최초로 TV 시청이 가능한 손목시계도 전시돼 있었다. 액정 패널로 TV를 볼 수 있는 이 제품은 1984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작은 TV로 등재됐다.
지난 199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선 ‘STS-95’에 탑재된 독특한 이력을 지닌 프린터도 있다. 이 제품을 '우주에 갔던 프린터'라고 전시품을 소개한 카미지로 디렉터는 "우주선은 밀폐된 공간이어서 화재에 위험한 환경인데, 이 제품은 열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라며 "매우 정밀하고, 세밀하게 잉크를 분사해 무중력 공간에서도 정확하게 출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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