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휴직 권고했지만 막지 못했다"...정신질환 교사 관리 '사각지대
파이낸셜뉴스
2025.02.11 16:25
수정 : 2025.02.11 16: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흉기로 살해한 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신 병력을 가진 교원에 대한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원의 휴직·복직 관련 예규와 국가공무원 복무 규정상 질병 휴직 교원의 복직은 본인이 제출한 병원 진단서가 전부다. 진단서에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만 있으면 복직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이달 초 해당 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 행동을 보이자 재휴직을 권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교사의 학생 살해라는 사상 초유의 참혹한 범행으로 이어졌다. 재휴직이 무산된 것은 '질병 휴직은 2년 내 가능하며 같은 사유로는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인이 재휴직을 원하지 않았을 수 있고, 해당 규정을 들어 시교육청이 재휴직이 불가하다고 했을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조사가 완료된 이후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재발 사유가 있으면 동일 병명으로도 휴직에 들어갈 수는 있다"며 "가해 교사의 재휴직이 불가능하다고 학교에 회신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위원회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의 교직 수행 능력을 판단하는 장치로, 심의 후 교육감이 직권으로 휴직이나 면직을 권고할 수 있다. 현재 서울, 광주, 세종, 대전 등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운영 중이다.
대전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질환교원심의위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 단 한 번도 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교육청은 "제도적 장치로 질환교원심의위원회와 질병휴직위원회가 있는데 과도하게 가동될 경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관련 가이드라인을 17개 시도교육청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해 교사처럼 본인 청원에 의한 휴직은 애초 질환교원심의위 대상이 아니란 점도 제도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정신질환은 외부의 부정적 인식과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청원 휴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심의위원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교원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등 종합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정신질환 병력은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정부가 수집·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관련 법 개정 등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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