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 대응에 가정폭력 피해자 사망…대법 "징계 타당"

파이낸셜뉴스       2025.02.17 10:18   수정 : 2025.02.17 10:18기사원문
세 차례 출동했지만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경고한 뒤 복귀
분류코드 '시비'·조사표 미입력 등 관련 지침 어겨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가정폭력을 단순 시비로 보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담당 경찰관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박모씨가 소속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불문경고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찰관인 박씨는 지난 2021년 8월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신고자 A씨의 집으로 출동했다.

당시 동거남 B씨는 폭행 사실을 부인했고, A씨는 폭행을 당했냐는 경찰관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B씨를 내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씨는 B씨를 밖으로 나가도록 한 뒤 복귀했다.

약 1시간 20분 뒤 A씨는 "동거남이 다시 왔다"며 재차 신고했고, 출동한 박씨는 "술이 깨면 들어가겠다"는 B씨의 말에 주의를 준 뒤 다시 파출소로 복귀했다. 이후 추가 신고를 받고 한 차례 더 출동했지만, B씨에게 재차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 사건에 대해 112시스템에 사건 분류 코드를 '시비'로 입력했는데, 수차례 현장 출동 후에도 분류 코드는 변경되지 않았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가정구성원 간 가정폭력은 후속조치를 위해 '가정폭력' 코드를 입력하도록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출동 경찰은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해야 하지만, 이 역시 작성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철조망을 뜯고 집에 들어간 B씨에게 폭행을 당한 뒤 숨졌다.

박씨는 가정폭력 신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박씨가 소청심사를 청구해 징계 처분은 불문경고로 변경됐지만, 박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직무 태만 내지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박씨가 A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관한 지령을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일련의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은 경우, 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강구하는 데 소홀했다"며 "사건 분류 코드를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아 근무교대한 순찰팀이 이 사건에 대해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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