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투자는 위험…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수익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2025.02.23 19:00   수정 : 2025.02.23 19:00기사원문
개미가 실패하는 이유.. 허정식 美루이지애나 공과대학교 경영대학 정교수
'일확천금' 노리는 개인투자자 크게 늘어
제때 매수·매도못해 낭패보는 경우 많아
포트폴리오 이론·행위재무 이론 더 중요
52주 전 가격 연연말고 미래전망 집중을





최근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상승은 가계실질소득 감소를 초래했다. 낮은 실질 이자율로 인해 주식투자의 중요성은 근로소득 못지않게 중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기본적인 투자이론에 대한 이해 없이 위험한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전통적인 포트폴리오 이론과 행위재무 이론 등이 시사하는 교훈이 특히 중요하다.

■수익률 높이려면 다양하게 투자해야

해리 마코비츠가 1952년 소개한 전통적인 효용이론(Utility Theory)에 기반한 모던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은 몇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투자이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이론은 후에 윌리엄 샤프 등에 의해 자산가격결정모델(CAPM)로 발전했다. 모던 포트폴리오 이론은 투자자들이 '위험회피적'이라는 가정하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론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시장 포트폴리오(Market Portfolio)'가 '최적의 포트폴리오'라는 것이다. 시장 포트폴리오는 모든 거래가 가능한 자산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고, 최적의 포트폴리오는 주어진 위험하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이 발표된 이후 자료를 이용한 수많은 검증 논문들이 발표됐다. 거래가 가능한 모든 자산을 포함하는 시장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많은 논문에 의하면 주식시장의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예를 들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따르는 'SPDR S&P500(SPY)'이나 '뱅가드 S&P500(VOO)' 같은 ETF는 시장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특성을 보여준다.

또한 많은 연구에 의하면 시장 지수를 따르는 펀드와 달리 펀드매니저가 공격적 투자전략을 사용하는 액티브펀드의 경우 대부분 시장 수익률보다 수익률이 낮다. 이는 높은 비용과 운용수수료, 시장효율성 증가, 시장 타이밍의 어려움 등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자료는 포트폴리오 이론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다. 즉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확천금' 베팅보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

전설적인 억만장자 투자자 존 템플턴은 미국 대공황기에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 중 가격이 1달러 이하의 주식 104개를 각각 100주씩 구입했다. 그가 구입한 104개의 주식 중 34개의 주식은 1939년까지 부도가 났으나 나머지 주식들은 그에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피터 린치는 마젤란 뮤추얼펀드를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운용하면서 수백개의 '10루타(10 Bagger)' 주식을 구입,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0루타 주식은 야구에서 나온 용어로 주가가 10배(1000%) 오른 주식을 의미한다. 100루타 주식은 주가가 100배, 즉 1만% 상승한 주식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피터 린치에 의해 유명해졌다. 피터 린치 또한 템플턴처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헨드릭 베셈바인더의 2018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26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략 40%의 주식은 1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고, 상위 4%의 주식이 미국 전체 주식시장의 1926년부터의 이익을 차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단지 확률이 극히 낮으나 매우 높은 수익률에 관심을 보인 거래를 한다. 알록 쿠마르는 200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아주 소수의 주식(평균적으로 15개 이하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마르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가격이 낮거나 시가총액이 작아 '복권' 같은 특징을 지닌 주식을 선호한다. 이런 주식들은 수익률이 저조했다.

존 템플턴 그리고 피터 린치의 예, 헨드릭 베셈바인더, 알록 쿠마르의 논문 등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개인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확률이 낮으나 높은 수익률을 목적으로 투자하더라도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개미'는 왜 매수 시점을 착각하나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9년에 '전망이론: 위험하에서의 결정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 후 이는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해당 분야는 인간의 심리에 기반, 투자자들의 거래 편견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주식시장에는 여러 속설이 있으나 이를 전통적인 효용이론이나 포트폴리오 이론으로는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투자자 개인의 심리에 기반한 행동재무학은 흥미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52주 최고가 기준 편견(52 Week High Anchoring Bias)'은 새로운 투자자의 행위 편견에 관한 이론이며, 전망이론과 심리회계는 현재 주주의 행위 편견에 대한 이론이다.

두 가지 흥미로운 속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는 속설의 경우 통일된 해석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가격이 많이 하락한 주식은 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는 격언도 있다. 이 격언은 상승하고 있는 주식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속설들을 52주 최고가 기준 편견과 결합하면 투자자가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미국 휴스턴대학의 토마스 조지 교수와 홍콩대학의 촨양 황 교수의 공동 연구는 이 속설에 대해 투자자의 심리적 편견에 바탕을 둔 흥미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개별주식의 52주(과거 1년) 최고가와 최저가는 대부분의 주식거래 플랫폼이 제공하므로 공개된 정보다. 만일 시장이 효율적이면 공개 정보는 이미 가격에 반영이 되어 있어 이를 이용한 거래는 초과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와 52주 최고가를 비교해 거래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주식 A(달리는 말)는 현재 주가가 100달러, 과거 52주 최고가가 110달러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주식 B(떨어지는 칼날)는 현재 주가가 100달러, 과거 52주 최고가가 300달러다.

주식 A의 가격이 52주 최고가에 근접한 이유는 실적이 예상보다 좋거나 많은 긍정적인 요인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 B의 가격이 52주 최고가에 비해 많이 낮은 이유는 실적이 저조했거나 부정적 정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실적이나 정보에 대한 분석보다는 현재 주가와 52주 최고가를 비교한 후 주식 A는 주가가 비싸다고 판단해 매수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주식 B는 주가가 저렴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주식 A는 수요가 적정 수요에 못 미쳐 저평가돼 있지만, 주식 B는 과잉수요에 의해 고평가 상태에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 A의 적정 가격은 150달러일 수 있으나 투자자들의 편견에 의해 매수가 저조해 현재 주가가 100달러에 머무르고 있어 저평가 상태에 있다. 반면 주식 B의 적정가격은 50달러일 수 있으나 많은 투자자들의 편견에 의한 적극적인 매수에 의해 현재 주가 100달러에 머물러 고평가 상태에 있다. 조지와 황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주식 A의 가격은 상승하고 주식 B의 가격은 하락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52주 최고가 기준 편견에 따라 주식 B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주식 A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성공하지 못하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세회복 기다리다 매도 시점 놓쳐

커너먼과 트버스키가 1979년 발표한 전망이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디스포지션 이펙트(Disposition Effect)'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익은 빨리 실현하고 손실은 계속 보유하는 경향을 뜻한다.

주식 시장에서 평가 이익을 기록 중인 주식 A와 손실이 발생한 주식 B를 가정하자. 디스포지션 이팩트에 따르면 이 투자자는 주식 A를 빨리 처분하고 주식 B는 평가손실이 회복될 때까지 보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분석을 주식 A(달리는 말)와 주식 B(떨어지는 칼날)에 적용하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예를 들어 주식 A는 현재 주가가 100달러, 과거 52주 최고가가 110달러다. 그리고 주식 B는 현재 주가가 100달러, 과거 52주 최고가가 300달러라고 가정하자. 따라서 주식 A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평균적으로 미실현 평가이익을 가지고 있으나 주식 B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평균적으로 미실현 평가손실을 가지고 있다. 주식 A의 가격은 보유 주주들이 이익을 실현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매도물량이 적정 매도물량을 초과해서 저평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100달러의 주가는 적정 가격(150달러)보다 낮다.

반면 주식 B는 보유 주주들이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매도물량이 적정 매도물량보다 적어 주가가 높게 유지된다. 예를 들어 현재 100달러의 주가는 적정 가격(50달러)보다 고평가된 상태다. 마크 그린블랏과 빙 한 교수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주식 A의 가격은 상승하나 주식 B의 가격은 하락한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디스포지션 이펙트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52주 최고가 기준 편견 이론과 디스포지션 효과 이론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편견에 기반해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고(주가가 하락한 주식을 매수하지 말고)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주가가 상승하는 주식을 매수하라)는 시장 속설에 대한 흥미로운 이론을 제공한다.


정리=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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