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내 수익률 망칠까...반도체에 달렸다
파이낸셜뉴스
2025.02.27 06:00
수정 : 2025.02.27 06:00기사원문
오는 3월 31일부터 전종목 공매도 재개
2009년·2021년 금지 상황과 비슷...충격 크지 않을 것
과거 공매도 활발했던 종목들이 공매도 대상
공매도 때문에 주도주 바뀔 가능성은 낮아
읽어보고 사도 늦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부 출연기관과 한국은행, 각종 연구소까지 하루에 쏟아지는 보고서만 수십 개가 넘는다는 것. 숨 가쁜 투자자를 위한 리포트 해설 시리즈 [읽어보고서 사]는 화·목·토 아침 6시 나온답니다. 어젯밤 여의도에서 가장 '핫'했던 이야기만 요약해 드릴께요. 놓치면 후회할 보고서, 알짜만 쉽게 풀어쓴 기사를 오늘부터 챙겨보세요.
[파이낸셜뉴스] '공매도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오는 3월 31일부터 모든 상장기업의 공매도가 가능해집니다.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전면 금지가 된 지 5년 만입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거래 방식을 뜻합니다.
당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전면 금지, 2021년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된 350개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재개했는데요. 이후 2023년 11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현재 증시 상황, 2009년과 2021년과 비슷
우선 공매도 영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앞선 공매도 재개 사례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과거에 공매도가 금지됐던 기간은 △2008년 10월 1일~2009년 5월 31일 △2011년 8월 10일~2011년 11월 9일 △2020년 3월 16일~2021년 4월 30일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날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했던 경우는 2011년이 유일합니다.
2009년과 2021년과 비교해서 달랐던 점은 시장의 분위기와 금지 기간입니다. 2011년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으로 코스피가 큰 폭으로 떨어진 뒤 3개월 만에 공매도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2009년과 2021년은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한 이후 공매도가 재개됐죠. 또 금지기간도 2011년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이같이 시장의 분위기와 금지 기간을 고려했을 때, 현재는 2009년이나 2021년과 유사하다는 분석입니다.
■ 공매도 몰릴 업종은...철강, 화학, 배터리 등
과거에 공매도가 활발하던 종목들에 공매도가 다시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2021년 당시 사례를 살펴봐도 공매도 금지 전의 공매도 거래대금 (또는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이 공매도 재개 이후 공매도와 비례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2023년 11월에 공매도 거래가 많이 일어났던 업종으로는 철강, 화학, 배터리, 유통, 미디어, 화장품, 방산/우주를 꼽을 수 있습니다.현재 분위기를 보면 중 방산/우주, 화장품, 엔터는 수익률 상위를 기록하고 화학, 상사, 배터리, 철강은 하위권에 있습니다. 공매도가 다시 몰린다고 이들 업종이 모두 주도주에서 탈락하거나 하락세가 심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주도주 변화하나...반도체株 주목해야
그럼 공매도로 인해서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도주가 바뀔 수도 있을까요? 보고서를 쓴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그 전에 '반도체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현재 한국 증시의 주도주는 반도체와 非반도체로 나뉘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종의 상황 역시 2009년이나 2021년과 비슷합니다. 특이한 사실은 2009년과 2021년은 공매도 재개 이후 반도체의 흐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2009년은 공매도 재개 후 부진하던 반도체가 다시 시장을 이기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공매도 재개 후에도 여전히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결국 주도주에도 큰 차이를 가져왔는데요. 2009년에는 공매도 재개 후 주도주 대부분이 수익률 상위에서 탈락했고, 2021년은 일부를 제외하면 주도주들 대부분이 그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공매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KB증권은 이번에 2021년과 비슷하게 '주도주가 계속 주도하는 흐름'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최근 반등이 단기에 그치거나, 반등해도 그 폭이 크지 않다면 공매도 재개가 주도주의 운명을 바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입니다.공매도 재개는 국내에 한정된 이슈이고, 주도주는 글로벌 테마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1년은 경기가 회복하는데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제로금리를 유지했던 '과잉완화'라는 점 역시 지금과 비슷하다는 분석입니다.
보고서는 공매도보다 더 유심히 봐야할 것이 있다고 조언합니다. 공매도와 무관하게 주도주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2021년 주도주였던 2차전지와 메타버스 테마는 공매도 재개를 전후로 잠깐 휘청였지만, 다시 랠리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재개된 후 두달여가 지난 시점부터 메타버스 테마는 상승세가 꺾였죠.
김민규 연구원은 "누군가는 주도주에서 탈락하고 누군가는 그 지위를 유지하는 변화는 항상 일어난다"며 "그 변화에 대한 고민이 공매도보다 중요한 고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이 관점에서 봤을 때 살펴봐야 할 부분은 '2025년 매출'입니다. 정보기술(IT)하드웨어, 화장품, 지주, 유통업종은 성장률이 가장 낮아 탈락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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