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패권에 명운 건 日… 황금시대 파트너 트럼프 손 꽉 잡다

파이낸셜뉴스       2025.03.02 18:31   수정 : 2025.03.02 18:31기사원문
제조업·로봇공학서 강점 보였던 일본
AI·데이터로 경제 중심축 이동 과제 직면
AI 협력 파트너로 트럼프 2기행정부 선택
日기업 소프트뱅크 1000억弗 투자 결정 등
美 '스타게이트프로젝트'에 전격 합류
이시바 내각 "AI 하기 가장 쉬운 나라로"
규제 없애고 산업 촉진 정책 마련 박차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인공지능(AI) 혁신 경쟁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과 협력을 통해 비약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제조업과 로봇공학에서 강점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러나 AI와 반도체, 데이터 중심 산업이 미래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위험으로만 보지 않고, AI 협력을 통한 기회 요인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미일 간 기술 인프라 확충과 규제 완화, 인재 양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는 일본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제적 AI 패권 경쟁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일 AI 협력, 글로벌 AI 주도권을 향한 질주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4년간 5000억달러(약 732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한 대규모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대표적인 기술 투자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주요 파트너로 합류했다.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전략에 100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며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소프트뱅크는 AI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해 오픈AI에 총 20억달러를 투자, AI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AI 칩 수출 제한 완화를 요청하며 동맹국인 일본과 협력 확대에 나섰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AI 패권을 다투는 주요 국가로 자리 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최근 잇따라 연출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AI 산업은 전통적인 강점인 로봇공학, 자율주행, 의료 AI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차량 및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는 일본이 차별화된 AI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요타의 '우븐 시티'(Woven City)다.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산 기슭에 조성 중인 이 도시는 AI,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홈 기술이 결합된 미래형 도시로 AI 기술이 생활 전반에 적용되는 실험적인 공간이다. 일본은 AI 기반의 미래 사회 구현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AI를 접목한 의료 기술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일본의 시오노기제약은 AI 기반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고, NEC는 AI를 활용한 암 조기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의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이 AI를 활용해 의료 혁신을 이루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밖에 후지쯔, 소니 등 일본 주요 IT 기업들도 AI 반도체, 산업용 AI, 금융 AI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며 전통적인 제조 강국에서 AI 기반의 디지털 강국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日정부 "규제는 걱정 말고 기업하라"

AI 칩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AI 법제화, 인재 육성 전략이 결합되면서 일본은 AI 산업의 핵심 국가로 자리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 강력한 정책적 지원으로 기업들을 팍팍 밀어주겠다는 의지다.

이시바 내각은 지난달 말 최초로 AI 법안을 제정하면서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안전한 개발을 위한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총리와 모든 내각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AI 전략본부를 신설, AI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법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AI 사용을 촉진하는 것 외에도 이 법안은 위험 관리 영역도 다룬다. 당초 자민당 내에서는 앞서 규제법을 제정한 유럽연합(EU)처럼 법 위반 기업 처벌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혁신 촉진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을 세계에서 AI를 개발하고 활용하기 가장 쉬운 나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기우치 미노루 경제안보대신(과학기술정책담당)의 말이 정책 방향을 잘 대변한다.

처벌의 유예에 대해 기우치 대신은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 구현을 촉진하는 것, 과도한 규제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존의 법률과 규정을 활용해 악성 사례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정부의 정책이 변화되고, 기술 사용의 지연과 빈번한 권리 침해 등 사회적 불안이 커지는 것 등을 감안해 법률이 마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AI에 대한 민간 투자는 7억달러에 불과했다. 1위 미국(672억달러)과 중국(78억달러)에 한참 뒤처진 수준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개인의 9%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80% 이상이 AI를 사용한다.
일본에서는 50% 미만의 기업만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하는 등 현지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AI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 AI 전문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외 AI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비자 규제를 완화하고, AI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투자 확대 정책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이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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