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상속 받은 만큼 낸다...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

파이낸셜뉴스       2025.03.12 16:01   수정 : 2025.03.12 16: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이르면 2028년부터 상속세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사망자의 전체 유산이 아니라 유족(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유산 취득세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75년간 이어온 과세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고 50%에 이르는 상속세 부담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 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사망자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이 재산을 물려받은 만큼 세액을 산출하는 '유산 취득세'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최고 50%까지 누진 과세되는 현행 상속세 과세 체계에서는 개별 상속인이 상속받은 유산에 비해 세금을 더 내게 되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인적공제다. 지금까지 사망자의 전체 재산에서 일괄공제(5억원) 및 배우자공제(최소 5억원, 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30억원)을 빼고 남은 금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겼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실제 상속받는 사람 각각에 대한 공제를 늘리기로 했다. 현재 일괄공제와 기초공제·자녀 공제 가운데 더 큰 금액을 깎아주지만, 자녀 수가 적으면 별 이득이 없다는 비판이 컸다. 앞으로는 자녀 1인당 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즉, 다자녀 가구일수록 공제 혜택이 커져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 직계존비속에는 5억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에는 2억원을 적용한다.

배우자 공제는 강화한다. 배우자의 경우 민법상 법정상속분 한도에서 실제 상속분만큼 공제받도록 했다.

최대 공제한도 30억원(법정상속분 이내)은 그대로 두고 10억원까지는 법정상속분을 넘어서더라도 공제가 가능하게 했다. 법정상속분과 무관하게 10억원까지는 배우자 상속세가 아예 없도록 '인센티브'를 추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상속 재산이 30억원이고 자녀 둘과 배우자가 있는 경우 법정상속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로 물려받으면 현행 제도하에서는 총 4억4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유산 취득세 방식이 적용되면 배우자는 10억원을 전부 공제받고, 자녀 둘은 각각 5억원씩 공제 혜택을 받아 남은 부분에 대해서만 세율이 붙는다. 실제 부담은 1억8000만원가량이 돼 세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배우자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10억원까지 법정상속분과 무관하게 세금 없이 상속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인적공제 최저한'을 새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10억원이 최소한 면세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10억원까지는 인적 공제를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상속인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인적공제 합계가 10억원에 미달한다면, 그 부족분만큼 추가로 공제한다.

사망 전 사전 증여 재산 규정도 손본다.

현재 규정은 사망 일로부터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 재산에 합산하기로 돼 있다. 기부 등 제3자에게 한 증여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유산 취득세가 도입되면 제3자 증여액은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상속세법의 연대 납세 방식도 다듬는다. 현재의 상속세는 전체 상속세를 상속인과 수유자(유언에 따라 유증받는 자)가 연대 납세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금액을 상속한 배우자가 자녀들의 상속세를 증여세 없이 대납해 주거나, 심지어 내연녀가 받아간 상속세까지 배우자와 자녀가 대납해줘야 하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조세 채권 확보가 어려울 경우 등 일부 사례에서만 상속인 간 연대 납세 의무가 부과된다.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우회 상속 특례도 새롭게 도입됐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위나 며느리에게 상속한 후 5년 이내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직접 10억원을 상속하면 높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사위를 거쳐 증여하면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였다. 개편 후에는 이런 경우를 비교 과세해 추가 세금 부과가 가능하다.

다만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 실장은 "최고 세율 인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향후 별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제 개편으로 세수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기재부는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연평균 2조원가량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오는 5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025~2027년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 준비 기간을 거쳐 2028년부터 유산 취득세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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