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상장 문턱

파이낸셜뉴스       2025.03.20 18:22   수정 : 2025.03.20 18:22기사원문



"멍청하고 부지런한 것보다는 멍청하고 게으른 게 낫다."

직장 상사를 흔히 '똑부' '똑게' '멍부' '멍게'로 나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최고는 '똑부(똑똑한데 부지런함)'이고, 최악은 '멍부(멍청한데 부지런함)'이다.

여기서 멍청하다는 것은 지능이 낮다는 말이 아니다. 이보다 일머리가 없어 엉뚱한 지시를 하거나 지시를 번복하는 유형에 가깝다. 아래 직원들이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간 낭비하며 수정을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하기가 예전에 비해 무척 까다로워졌다."

기업공개(IPO) 간담회나 사석에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푸념한다. 지난 '파두 사태' 이후 높아진 상장 문턱을 체감한다는 것이다.

실제 거래소는 최근 상장 예비 심사에서 기업 경영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경영 안정성, 투자자 보호 등 질적 심사요건을 보다 중요하게 심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증권신고서 반려 사례가 늘었다. 이에 겁먹은 기업들은 올해에만 벌써 10곳이 예비 심사 청구 단계에서 상장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 '밸류업'이 구호가 된 상황에서 이처럼 기준을 올려 잡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방향성이다. 그만큼 우량한 기업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니 시장 전반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 미흡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투자했다가 피해 보는 사례를 방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대표(CEO) 교체를 했다고 1년은 있다가 상장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데 상장 준비에 돌입하면서 마주하게 된 날벼락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기준이 다시 완화되더라도 그것도 불확실성의 연장"이라고 토로한다.

등락이 큰 시장에서는 더 큰 변수다. 당초 지난해 9월을 목표로 상장 준비하던 한 회사는 '위험을 더 보수적으로 측정하라'는 금감원 요구에 증권신고서를 수차례 수정해야 했다. 이렇게 밀린 기간 증시는 꾸준히 악화했고, 희망 밴드를 낮게 제시해야 했다. 이 회사 임원은 "그래도 상장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오르지 않을까"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다행히 지난해 부진했던 IPO 시장이 올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다만 '꿈나무' 격인 상장 준비사 가치가 이 같은 시장 '분위기'에 휘둘리는 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작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크다. 기업들이 상장 준비를 적어도 예측 가능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se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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