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불안…'책임만 있고 보호는 없다'

뉴시스       2025.04.09 10:19   수정 : 2025.04.09 10:19기사원문
춘천지법 판결 이후 더욱 가중된 교사 부담 교사들, '현 시스템, 안전 확보 불가능' 응답 보조인력 지원 및 법적 면책 조항 마련 시급

[서울=뉴시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각급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본격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춘천지방법원이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교사에게 물어 유죄를 선고하면서 교육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뉴시스는 3회에 걸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의 현실적 고민을 살피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b>[체험학습, 모두가 힘들다①]교사들의 불안…'책임만 있고 보호는 없다'

[체험학습, 모두가 힘들다②]"내 아이만 안 보내도 될까요?" 학부모들의 딜레마

[체험학습, 모두가 힘들다③]학생도, 교사도 안심할 권리가 있다</b>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사고가 나면 교사 책임인데 누가 다녀오고 싶겠습니까!"

수도권 한 고등학교의 담임교사 A씨는 올해 1학기에 예정돼 있는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수학여행)을 앞두고 "건강 상태가 안 좋은 학생까지 온다고 하면 교사로서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A씨가 이러한 푸념을 하는 데는 그가 올해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 최근 신체 일부를 다쳐 보행이 불편한 상태인데도 불구, 수학여행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직접 수학여행지까지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난감한 입장이다. 학부모가 동반하더라도 자녀의 지근거리에서 따라다닐 수도 없을 뿐더러 개별적으로 따로 이동해야 하는 등 발 빠른 대처가 어려워서다.

A씨는 "수학여행 중 만약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부모님께서 직접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체험학습 동선과 따로 떨어져서 주변에서 대기하는 형태로 동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새학기를 맞아 현장체험학습이 시작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안전 책임 문제로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교사들의 부담 가중…"사고 나면 책임은 교사에게"

이러한 우려는 최근 법원의 판결로 인해 더욱 커지고 있다. 춘천지방법원은 지난 2월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 B씨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13세였던 초등학생 C양이 현장체험학습 도중 주차 중이던 버스에 치여 숨졌다. 인솔 교사였던 B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주의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계는 이 판결이 교사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판결 이후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교사가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2월26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692명 중 96.4%가 "현 체험학습 시스템으로는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1명이 20명이 넘는 학생을 인솔하며 돌발 상황까지 모두 통제하고, 사고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안양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 혼자 20명이 넘는 학생을 책임져야 하는데, 사고가 나면 법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체험학습 지속 가능할까…대책 마련 시급

사정이 이렇자 강원도교육청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초등 과밀학급에 대해 현장체험학습 보조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교육청은 '찾아가는 체험학습'을 활성화하는 방향도 모색 중이다.

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 같은 움직임은 도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장한별 의원은 최근 '경기도교육청 현장체험학습 학생안전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장체험학습 시 인솔교사를 보조하는 '보조인력' 배치에 관한 세부 규정을 담고 있다. 교육감이 수립하는 종합계획에 보조인력 배치 방안을 포함하도록 하고, 학교장이 학생 특성과 참여 인원, 활동 유형, 숙박 여부 등을 고려해 보조인력을 배치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지난해 국회에서 개정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에 따른 후속 조치다. 오는 6월21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안에서는 학생에 대한 예방 및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교직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면책 조항'이 신설됐다.

또 교육감이 안전교육을 지원하고, 정부나 교육 당국이 필요한 보조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용인의 한 교사는 "현장체험학습의 가치는 분명하지만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무작정 체험학습을 강행하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교육법률 전문가 D변호사는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서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누군가에게 책임 소지가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학교안전법에 교사의 주의의무 이행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신설된 만큼 시행령에서 안전 예방 의무와 조치 의무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pj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