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골프인생… 중요한건 스코어가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2025.05.08 10:33
수정 : 2025.05.08 10:43기사원문
율촌 우창록 명예회장 (1) 초일류는 골프 문화로부터 나온다
1983년 미국서 골프 처음 접해
신체조건에 맞는 스윙이 중요
실력보단 문화·가치에 주목하길
[파이낸셜뉴스] 이지연 스포츠교육학 박사가 사회 저명 인사들의 골프 스토리를 전달하는 '이지연의 클럽하우스'를 시작합니다. 첫번째로 율촌 우창록 명예회장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40년 전인 1984년의 30여 개에 비하면 17.5배나 늘어났다. 그만큼 현재와 비교할 때 당시의 골프는 값비싼 스포츠였고,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법무법인 율촌의 창업주인 우창록 명예회장(72)도 한국에 있었다면 그 시기에 골프를 접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는 미국 유학 중이던 1983년에 골프를 처음 접했다. 워싱턴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우연한 계기로 여름 학기에 개설된 골프 강의를 들었다.
처음엔 골프 클럽도, 신발도 없이 시작한 골프였다. 그러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법학대학원 객원 연구원이 되면서 골프채를 샀고, 제대로 골프에 빠졌다. 그는 "시간 여유가 생기면 모두 골프를 하더라"며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골프만한 운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중요하며, 그 배움이 평생을 좌우한다. 골프가 특히 그렇다. 그는 "처음 만난 티칭프로가 이론적인 사람이었다. 무조건 동작을 하라고 하지 않고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해줬다. 골프가 상당히 과학적인 운동이라고 느껴져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우 명예회장의 골프 철학은 여느 골퍼와는 다르다. 그에게 골프는 히팅이 우선이다. 공을 세게 때리는 것을 먼저 익히고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골프를 중시한다. 스윙을 먼저 만들고, 비거리를 늘리는 방식을 알려주는 국내 골프 교습가들과는 다르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골프를 하지만 절대적인 골프 이론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골퍼마다 신체 조건이 다른 만큼 레슨도 달라야 한다"며 "2011년에 타이거 우즈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마틴 카이머라는 선수가 있다. 신체 조건에 맞지 않는 스윙으로 교정하다가 슬럼프에 빠졌는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프로도 그런데 아마추어 골퍼는 더욱더 신체 조건에 맞지 않는 스윙을 할수록 고생만 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모던 골프' 창시자로 불리는 벤 호건(1912~1997)은 '그립이 스윙의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가장 기본인 그립이 잘못되면 스윙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 명예회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 역시 그립이다. 그립은 손의 크기, 악력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특히 새끼손가락에 주목한다. 새끼손가락이 길고 힘이 센 사람과 새끼손가락이 짧고 힘이 약한 사람이 하는 그립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우 명예회장은 42년 골프 인생에서 무수한 기록을 세웠다.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홀인원은 6번을 기록했고, 이글은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스코어나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골프를 오래 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부산물 정도로 여긴다. 골프에서 중요한 건 승부가 아니다. 골프를 오롯이 즐기기 위해 내기 골프도 잘 하지 않는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스코어나 내기에 집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의 골프 문화가 새삼 아쉽게 느껴졌다.
그는 "사회뿐 아니라 골프도 어느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상류층에 편입되려면 3대가 걸린다는 말이 있다. 돈이 많으면 비싼 와인을 살 수는 있지만 그 와인의 맛을 감별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미각이 훈련되어야 한다. 그만큼 어린 시절부터 익히는 문화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우 명예회장은 유소년 골퍼 대상의 풀뿌리 교육에 관심이 많다. 2016년 국내에 도입된 퍼스트 티 코리아에 창립 멤버로 참여해 감사를 맡고 있다. 퍼스트 티는 청소년들의 인성과 건강한 신체 발달을 돕기 위해 1997년 미국에서 시작된 골프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는 "한국 골퍼들은 일도 열심히 하고 공도 열심히 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 초일류가 가지는 문화와 전통이 부족한 것 같다. 전통과 문화의 가치를 만드는 움직임이 골프계에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프칼럼니스트(스포츠교육학 박사) 사단법인 골프인 이사장
우창록 명예회장은
1992년 변호사 우창록 법률사무소를 거쳐 1994년 '법률가의 마을'이란 의미의 율촌합동법률사무소를, 1997년에는 법무법인 율촌을 설립했다. (사)기아대책, (사)온율 이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사)대한민국교육봉사단을 비롯해 (사)굿소사이어티, 하이패밀리, 비오스국제장학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며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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