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 살려낸 '기호2번' 김문수, 큰절 하며 '원팀' 호소
파이낸셜뉴스
2025.05.11 18:01
수정 : 2025.05.11 18:01기사원문
국힘 지도부, 한덕수로 교체 시도
반발 속 당원 투표 강행했지만
김문수 후보 승리 '반전의 반전'
金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권성동 원내대표직도 유지하기로
■당내 화합 행보
김 후보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면서 사과부터 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 수습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때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때로는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서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했던 점에 대해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통합 행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로 등록한 직후에도 이뤄졌다. 김 후보는 단일화로 신경전을 벌였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선배님" "사부"라고 칭하며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제안하면서 대선 승리에 뜻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 전 총리와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그간 한 전 총리를 지지하거나, 한 전 총리로 단일화를 원했던 당원들을 아우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내 분위기 쇄신 외에 김 후보는 대선을 치르기 위한 조직 재정비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4선 박대출 의원을 내정했다. 후보자격을 회복한 뒤 단행한 첫 인선으로, 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부각하는 동시에 선거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조직안정을 위해서는 한때 대립했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권 원내대표와 차담을 가지면서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서지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당원은 김문수 손 들어줘
김 후보로 단일화는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지난 9일 진행된 의총에서 김 후보는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는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며 "응할 수 없다"고 했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권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끝난 직후 김 후보가 자리를 뜨자 의원들은 "뭐하러 왔느냐" "돌아와 달라"는 등 고성을 질렀다. 일부 의원들은 온몸으로 김 후보를 막기도 했다. 의총이 박수와 포옹으로 시작했다가 아수라장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당시만 해도 김 후보가 제기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금지와 후보 지위 인정 확인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결국 김 후보의 방어전은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법원이 김 후보가 신청한 대선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국민의힘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가처분이 인용돼 김 후보의 후보직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정치권의 전망이 우세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에 당 지도부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선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들은 오후 8시30분과 오후 10시30분 두차례 단일화 협상을 열었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지도부는 10일 새벽 비대위·선관위 회의를 열고 김 후보의 대선후보 등록을 취소한 뒤 오전 3~4시 새로운 대통령 후보자 신청을 받았다. 한 전 총리는 즉시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단독으로 후보자 신청을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를 대상으로 하는 ARS 당원 투표에 돌입했다. 사실상 한 전 총리로의 강제 후보교체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극심한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나경원·안철수 의원은 절차적 문제를 제시하며 후보교체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당원 투표 결과는 '반전의 반전'이었다. 각종 진통 끝에 김 후보가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대선후보 지위를 회복한 것이다. 이에 권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직후 김 후보는 "사필귀정, 민주영생, 독재필망, 당풍쇄신"이라며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홍준표·안철수·나경원·양향자·유정복·이철우 후보님 모두 감사드린다"면서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이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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