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兆단위 빅딜, 이런 역동성이 위기 이겨낼 힘

파이낸셜뉴스       2025.05.14 18:18   수정 : 2025.05.14 18:18기사원문
獨 플랙트 2조4천억에 인수합병
기업도전 끌어낼 풍토 조성돼야

삼성전자가 9년 만에 대형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14일 체결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조(兆)단위 빅딜을 성사시킨 것은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을 인수했던 지난 2016년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하만을 통한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 인수로 삼성의 M&A 본능이 되살아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에 부응하듯 바로 대형 빅딜 소식이 이어졌으니 위기에 굴하지 않는 한국 기업의 저력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온갖 대내외 악재에 둘러싸여 있는 산업계가 이런 역동성으로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인수된 플랙트는 1918년 설립되어 100년 넘는 전통의 세계 손꼽히는 냉난방공조(HVAC) 업체다. 고객사는 세계 60여개국의 공항, 쇼핑몰, 첨단 공장을 비롯해 세계 유수 제약사와 헬스케어 업체까지 광범위하다. 매출은 중앙공조 제품과 솔루션 공급으로 연간 7억유로가 넘는다고 한다. 향후 삼성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더 주목할 건 미래 전망이다. HVAC 시장은 연평균 8% 이상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데이터센터 부문은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이 점쳐진다. 우리 정부도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시스템을 수출 주역으로 키우겠다며 대규모 지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성과는 불확실한 게 현실이다. 삼성의 플랙트 인수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한 과감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은 앞다퉈 해외 신흥국의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신흥국은 정부 차원의 고효율 에너지 정책 지원까지 겹쳐 공조 분야 잠재력이 무궁한 지역으로 주목받는다.

기회가 생기면 사자와 같은 용맹함으로 주저없이 뛰어드는 기업만이 미래를 손에 쥘 수 있다. 기업의 기가 살아야 갈 곳 없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고, 국가경제를 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 현실은 냉혹하다. 대외적으론 겹겹의 불확실성이 시장을 옥죄고 있고, 국내에선 어수선한 정국 상황에 기업들의 장기 프로젝트가 쉽지 않다.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수출마저 고꾸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생존본능을 자극하고 세계를 향해 다시 포효할 수 있게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은 매번 난무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성장을 지원하고 규제는 과감히 걷어낼 것이라고 수도 없이 약속해 놓고 집권 후엔 다들 돌변한다. 이제 한국 경제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으로 벽을 뛰어넘어야 겨우 길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말뿐인 정부 지원책으론 어림도 없다. 기업은 도전을 멈추지 말고 정부는 강력한 후원자가 돼줘야 할 것이다. 기업 발목을 잡는 법안들이 자제돼야 하는 것도 말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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