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유출 점점 지능화, 중대 범죄로 엄단해야
파이낸셜뉴스
2025.05.26 18:08
수정 : 2025.05.26 18:08기사원문
최근 5년 기술유출 피해 20조 넘어
처벌은 여전히 약해 매년 증가 추세
국가핵심기술 유출로 기소된 건수는 지난해 2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유출 건을 포함하면 피해액은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 기술을 노리는 세력은 거액을 미끼로 첨단 공정기술이 있는 국내 기업의 전현직 임직원에게 손을 뻗는다. 수법은 대담하다. 디스플레이 제조기업의 한 전직 직원은 수사기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현지에 설립된 위장회사와 가짜 고용계약을 맺고 기술을 빼냈다. 합법적 외부자문 명분으로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이차전지 기업 임원은 핵심 내부기술을 촬영해 빼돌렸다.
한국의 제조 첨단기술은 최고의 먹잇감이다. 기업의 보안관리가 취약하고 처벌 수위도 낮아 걸리지만 않으면 높은 지위와 떼돈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 기술유출 사건 27건 중 20건이 중국과 관련이 있다.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자료를 촬영한 수천장의 사진을 이직하려는 중국 회사로 빼내려고 한 전직 직원이 최근 기소된 바 있다. 반도체 패키징 공정기술을 중국에 넘기려던 반도체 부품업체 직원이 며칠 전 출국 직전 공항에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유출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물증 확보도 어려워지고 있다. 피해액 산정이 까다로운 기술유출 사건 특성상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 수사는 진척 없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빈틈을 노린 기술유출 사범들의 수법이 정교하고 대담해지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2022년 기술유출 범죄 수사지원센터를 가동한 이후 기술유출 사범 73명을 구속하고 범죄수익 1238억원을 환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적발된 기술유출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처벌 수위도 경제스파이와 간첩행위로 규정해 중형에 처하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비하면 매우 낮다. 산업기술보호법에 근거해 대법원 양형기준이 높아지긴 했지만 피해액에 비하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다.
수백 수천억원을 국가 연구개발(R&D)에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잘 지켜내는 것도 국가의 힘이다. 기술이 유출된 후 피해를 따져 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검찰은 첩보 수집 단계부터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기술유출 사범은 산업스파이를 넘어 중대 안보범죄로 보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로 2023년 출범한 범정부 기술유출 합동대응단도 권한과 기능을 확대 재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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